기고-사랑과 정을 나누는 한가위가 되시길
기고-사랑과 정을 나누는 한가위가 되시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9.18 18:37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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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사랑과 정을 나누는 한가위가 되시길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은 설과 한가위이다. 특별히 한가위는 계절적으로 가을이기 때문에 춥지도 덥지도 않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활동하기가 편하다. 게다가 절기가 수확의 계절이라 먹거리가 풍성하니 넉넉한 마음들을 갖게 하여 인심이 넘치는 명절 중의 명절로 꼽힌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설 명절보다도 8월 한가위 추석명절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생겨난 것 같다. 이는 매일 매일이 한가위처럼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말이다. 추석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잘 먹으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나온 속담이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전에 없이 우울한 분위기다. 추석이 임박했는데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추석 대목경기가 실종됐다고 울상이며, 서민들은 생활이 갈수록 궁핍해 진다며 여기저기서 불멘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농축산물 가격도 덩달아 올라 서민들의 제수용품 구입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다.

그런데도 추석 한가위는 온갖 곡식이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에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성묘하는 민족의 명절이다.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로 음식들을 장만,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 한가위의 미덕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소외가정, 편부모가정에서 외로움을 겪는 어린이들과 추석이 지난 후에 다가올 추위 걱정부터 해야 하는 홀로 사는 어르신과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따뜻한 정과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다. 진정한 추석 한가위는 이들처럼 소외된 이웃과 함께 조그마한 정이라도 나누는 것이다. 나눔의 정은 어두운 곳을 빛으로 바꾸어가는 힘이요 지혜다. 그래야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희망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이번 추석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명절이었으면 하는 바램은 이 같은 연유에서이다. 우리 조상들은 지금보다 궁핍하게 살면서도 명절이 되면 이웃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담 너머로 음식을 나누며 멀리 있는 친척보다 나은 이웃 간의 정을 쌓았다. 나눔으로서 서로를 챙기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인심도 변하고 있다. 나눔의 정은 점점 사라져가고 자신의 가족과 나만 아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면서 우리 사회는 갈수록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해져가고 있다. 가슴 아프고 기막힌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닐 정도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같은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럴 때 일수록 필요한 것이 부처님의 자비 정신이다. 자비는 권유나 강조가 아니라 조건 없는 나눔이다. 부처님께서 팔정도를 정하시면서 보시를 으뜸으로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보시란 물질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에 고해에서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는 중생들의 텅 빈 가슴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수많은 소외계층이 있다. 이번 한가위에는 소외된 이웃과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진정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그래서 정이 넘치는 추석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조금씩의 사랑을 나눠 소외이웃과 함께 나누는 추석 명절이 될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해서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한가위의 풍성함으로 나눔의 정을 통해 모두가 행복을 누리는 디딤돌을 만들어나가길 부처님께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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