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청 시집 ‘사라진 얼굴’ 출간
하재청 시집 ‘사라진 얼굴’ 출간
  • 최원태기자
  • 승인 2018.10.14 18:3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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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실에 대한 연민 그리고 희망 담아
 

하재청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사라진 얼굴’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하재청 시인의 첫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학교라는 무대와 학생이라는 배우들이다.


이 무대에서 시인은 교사로서 얼마만큼 자신의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한 반성(反省)과 회한(悔恨)을 시집 전편에 깔고 있다. 이 무대에는 결코 고함치거나 통곡하는 일 없이 무언극처럼, 조용한 모노드라마처럼 교육 30년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사라진 얼굴’은 첫 시집이지만 교단 30년을 정리하고 묶은 것으로, 처음이란 이름을 단 ‘에필로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집은 시인의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문이면서 또한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직시이기도 하다.

시인은 교사로 살아오면서 2014년 4월 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의 충격으로 교사로서 안이한 세월을 살아온 자신과 교실과 학생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학생들과 나는 어떻게 엮여 있었고, 그들의 고통과 상처는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고 하며 그동안 방관한 억압과 상처에 대한 회한을 기리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비겁하고 나약했고 때로는 지나치게 억압적이었다고 반성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회의적이었고 때로는 지나치게 기회주의적이었다”고 하는데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도 진정한 희망의 이유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적지 않은 부채만 떠안은 채 아이들 곁을 떠났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부끄러워하고 있다.

하재청 시인의 첫 시집 ‘사라진 얼굴’은 경쟁과 성적 제일주의, 학벌주의로 일관하는 오늘의 교실에 대해 안쓰러움, 분노와 그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학과 연민, 그러면서도 결코 끈을 놓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전편에 녹아 있다. 이것은 바로 평소 그의 곧고 순결한 정직성이 시의 언어로 온전히 전화된 것이어서, 이 시집을 읽는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하재청 창녕에서 태어났다. 계명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 2018년 진주제일여고 국어 교사 퇴직 후 현재는 고향의 푸른 집을 지키면서 살고 있다. 최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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