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생태체험단지에 ‘생태’가 없다②
함양 생태체험단지에 ‘생태’가 없다②
  • 박철기자
  • 승인 2018.10.22 18:20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리산 생태체험단지 곳곳 부실 시공

개장 전에 흉물 돼…운영 관리 등 예산낭비

“차별화된 킬러콘텐츠 필요” 한 목소리

▲ 지난 9월 방문한 함양 지리산생태체험단지에 물썰매장 같은 구조물 옆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말라죽어가고 있다. 뒤로는 총체적 부실시공으로 지적받는 황토방 방갈로들이 지리산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서있다.
지리산생태체험단지는 예산 187억여원을 쏟아부은 함양군의 대표적 개발사업이지만 군의 장밋빛 전망처럼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을 정리하면 △생태체험단지에 체험할 생태가 없다 △관광객을 끌어들일 킬러콘텐츠가 없어 지역경제 기여 미미 △수익 발생요소 부재 △부실시공으로 재건축 수준의 개축 필요 △과다한 관리 운영비로 지속적인 적자와 군 재정 부담 확실시 △수요와 수익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사업 추진으로 대규모 예산낭비사례로 남을 것 등이다.

지난 18일 함양군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담당과에 우선 사업진행현황과 자연석 반출·인공폭포 관련사항, 차후 활용방안과 운영관리비 등에 관해 자료를 요청했다. 담당계장은 묵묵부답이다가 다음날 재차 요청하자 “담당자가 교육 중이라 다음주에 드리겠다”며 기한도 정하지 않은 문자메시지 한 통뿐 어떤 설명도 없었다.

이 생태공원의 부실시공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실제 지난달 현장을 돌아본 한 건축 전문가는 “건축 기초도 모르는 업자가 시공했거나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개장도 안했는데 흉물이 되고 있다. 총체적 부실 시공”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먼저 공원 입구의 인공폭포를 보고 “환경적 고려가 전혀 안 됐다”며 “물이 없는 폭포는 그냥 절벽”이라고 꼬집고, 수생체험 데크로드를 보곤 “쇠파이프를 물속에 세우고 지어놔 부식과 호우 등 때문에 몇 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황토방과 방갈로 체험관 등을 둘러본 뒤 △오수받이 주변 구배 불량으로 빗물이 고여 노출됐다 △우수(빗물) 맨홀이 없어 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 △굴뚝이 지붕보다 낮아 벽면에 그을음이 발생한다 △외부아궁이가 지면보다 낮아 물이 차있는데 겨울에 불을 때지 않으면 동결심도를 거스르는 공법이다 △처마 마감처리가 제대로 안돼 빗물이 타고 내려 뒤틀림과 부식이 진행 중이다 △집수 맨홀은 두께가 얇아 휘어져 들어갔고 도로 경계석을 물고 있어 경계석을 파냈다 △목재 외부 마감재 하단부에 파벽돌이나 칼라벽돌 등으로 마감해야 하는데 건축 시 고려되지 않았다. 외부마감목재는 발수제 계열의 페인트로 부식을 막아줘야 하나 그냥 마감해 변형 부식이 빨라진다 △환기구 커버 탈락으로 새나 쥐 등이 들어갈 우려가 크다 등을 지적하며 “심각한 수준이다. 총체적 부실”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 그는 “숙박시설에 테라스가 없어 방안에만 있어야 한다”며 “야외에 고기 구워먹을 공간도 없다. 놀러오는 게 아니라 유배 오는 것”이라고 관광객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숙박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생태전시체험관은 창문까지 다 시공된 상태인데 어찌된 일인지 실내 벽면에 파이프를 빽빽이 세우고 다시 창문을 덮어 없애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물썰매장처럼 생긴 구조물 옆에 심어놓은 수십 그루의 고급 수종들은 누렇게 말라죽어가고 있어 흉물스러웠다. 조경으로 심어놓은 나무 아래와 시설 곳곳엔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한 마천면민은 “지역주민들은 (군이) 돈지랄했다고 한다. 187억 들여 면민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군의 목표를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개발업자는 “온통 부실시공에다 매력적인 게 아무것도 없는 이런 곳에 누가 돈 주고 와서 놀고 자고 하겠나.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답이 없다”며 “차별화된 킬러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군수 임기 동안 논란과 의혹에 휩싸였던 이 체험단지와 최치원역사공원, 대봉산 산삼휴양밸리 등 각종 대형 개발과 건설 사업들, 구태를 벗지 못하는 행정행태 등은 민선7기 새 함양을 추구하는 함양군이 환골탈태하기 위해 꼭 청산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다. 특히 지리산생태체험단지의 경우 200억원 가까운 혈세를 투입한 만큼 문제점을 꼼꼼히 분석하고 바로잡아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초기 설계 수준의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철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