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현실에 만족하자
칼럼-현실에 만족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0.23 18: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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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현실에 만족하자


사람들은 출세를 위해, 부자가 되기 위해, 멋진 배우자를 얻기 위해기를 쓰며 살아간다.

출세를 하면 대단히 행복할 것 같지만, 명예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비방이 따르며, 항상 그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음해 속에 늘 불편한 마음으로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부자가 되어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가진 것을 잃을까 근심해야 하고, 돈맛을 아는 자식 중에는 부모가 너무 오래 살면 해치기도 한다. 멋지고 유명한 배우자를 만나면 행복할 것 같지만, 군침 흘리며 접근하는 경쟁자가 많아서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으며 잘못되어 이혼이라도 하는 날이면 이별의 아픔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이나 물건도 현재의 수준에서 만족해야한다. 가난한집 자식으로 태어난 것도 행운으로 볼 수 있다. 재벌자식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왕’이 되면 행복할까? ‘왕’이 되면 언제 누가 시해를 가해올지 몰라 사방에 무사들을 배치해놓고도 매일 불안에 떨게 된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다.

더욱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수행자가 되는 길이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멋진 배우자도 다 놔버린 수행자들은 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도 한량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중생들은 부처의 세상은 보지 못하고 중생의 세상만 보기 때문에 불행하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커서 대통령이 되라는 말을 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유는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퇴임 후에 꼭 감옥에 가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금도 감옥이나 법정을 드나들고 있는 과거의 고관대작들을 보라. 정도(正道)를 벗어나면 승승장구하던 자리에서 급락하게 된다.

법구경에 ‘쇠에서 나온 녹이/ 쇠를 먹어 들어가듯/ 자신이 저지른 악업이/ 자신을 나쁜 세계로 끌고 간다’하였다. 출세하고 부자가 되고, 멋진 배우자를 얻었다하여 행복한 것은 아니다. 정도를 잃고, 나만을 위해 살아가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

근사한 척, 존귀한척 까불면 썩은 배가 물에 잠기듯, 삼악도(三惡道)의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쪽에 양달이 생기면 저쪽에는 응달이 생기는 것은 만사의 이치다.

양지바른 곳에서 잘나가고 있을 때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응달을 보살펴주며 자애하라.

물질이 차츰 낡아 부서지듯이 이 몸뚱이도 물질에 불과하여 끝내는 별 볼일 없게 된다.

출세자들은 경쟁자들을 경계하느라 늘 지쳐있으며, 제왕의 자리에 있더라도 언제 반란이 일어나 목에 칼을 들이댈지, 타국의 침입을 받아 도륙 당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전쟁영웅이라던 나폴레옹은 유럽 제국(諸國)과 60회나 전쟁을 벌였다.

세계지배를 꿈꾸던 그의 웅대한 야망은 전쟁의 실패로 무너졌고 인류에게 너무나 많은 고통을 남겨주었으며, 프랑스에도 패배의 고통만 남겨주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바른 법으로 정의롭게 선정을 베풀어야한다.

권좌란 연기(緣起)이므로, 상황이 변하면, 아무소용이 없고, 삶의 끝은 허망한 것이다.

악업에는 나쁜 과보가 따르고, 선업에는 좋은 과보가 따른다. 지혜가 부족한자는 부귀권력을 쥐고 나면 교만해져서 남에게 지고는 못 살고, ‘나’보다 강한 사람을 질투하며, ‘나’보다 약한 사람을 얕보고 억압한다. 그러다가 결국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외톨이가 되어버린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과연 내가 잘난 면이 무엇인가? 무상(無常)한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하게 되면 복은 떠나버린다. 인생살이는 별 것 아니다.

수행자처럼 굴레가 없고, 매인 곳이 없는, 자유인이 되어야만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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