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북핵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칼럼-북핵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0.25 18:46
  • 1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균/칼럼니스트·중용의 리더십 연구소 소장

이태균/칼럼니스트·중용의 리더십 연구소 소장-북핵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


북핵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 논란이 많다.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해석도 각양각색이지만, 북핵폐기를 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협상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심지어 야당으로부터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어디까지나 조연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북의 비핵화는 김정은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실행할 의지가 있다면 자신이 직접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비핵화를 선언하고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와 해제를 요청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하려고 하는 것은 협상은 미국과 하고 한국으로부터는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과 실무자 협의를 지켜보더라도 김 위원장이 북핵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는 직접적으로 밝힌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가 핵폐기를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면 북은 핵을 거머쥐고 있지 않으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체제보장은 물론 정치와 경제적으로 북한의 이익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을 무기로 체제보장도 받고 정치와 경제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평화가 경제’ 라면서, 남북이 안 싸우면 좋지 않으냐고 주장한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는데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통일이 미래가 될 수 있고 대박이 될 수 있으려면 민주 평화 통일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우리의 미래이고 대박이지, 북한식의 통치체제가 힘을 발휘하는 그런 통일도 대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말로 북핵 폐기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는 척하고 있는 것인지, 남북이 평화공존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두고 호사스런 말잔치를 펼치고 있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고 말았다. 트럼프의 말대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면 그가 왜 중간선거 이전에 미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핵 폐기와 종전선언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공존에 대한 희망은 좋으나 북한의 진의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9일간의 유럽 순방을 하면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프랑스와 영국 나아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로부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우선해야 한다는 냉정한 반응 속에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 앞에 놓인 높은 현실의 벽을 확인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유럽 순방의 키워드인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는 사실상의 실패라는 평가다.

북미 간 힘겨루기가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보상조치를 재촉하고 있는 것을 두고 유럽의 정상들은 미국과 의견을 같이함으로써 되레 한미 간의 시각차는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국제 공조를 해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도 있다.

김정은의 진정한 핵 폐기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기 전에는 대북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