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나가 놀아라!
진주성-나가 놀아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0.29 18:49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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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나가 놀아라!

어릴 적 공부하라고 야단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책을 펼치지만 책장의 글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동생들과 한바탕 뒹굴고 있노라면 어머니가 먼지 날린다고 ‘나가 놀아라!’는 큰 고함 소리에 어찌나 반가운지 그 길로 축담 위 신발을 거꾸로 신은 채 뛰쳐나간다.

집 앞 논과 밭에서는 살 오른 메뚜기도 잡아 구워 먹었고 기다란 대나무 장대로 감나무에 열린 홍시와 단감을 따 먹다보면 화장실 가기 힘들만큼 먹어치우곤 했다.

이산 저 밭 지천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해는 기울어 땅거미가 내려오고 동네 지붕마다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게 된다.

나가 노느라 힘이 빠질 만도 한데 저녁 밥하는 하얀 연기는 마치 운동회 달리기 총성 신호처럼 발걸음에 바람을 탄 듯 축지법처럼 이미 대문 안으로 들어와 있다.

요즘에는 어른이나 애들은 나가 놀지도 않고 휴대폰만 바라보며 따로 노는 것 같다.

식당에서 밥은 먹는데 시선은 상대방이 아닌 각자 휴대폰에 빠져있고 한두 살 되는 어린이도 부모들의 눈빛이나 표정을 읽는 게 아닌 휴대폰에 빠져 인간적인 교감은 전혀 없이 부모들은 휴대폰이 넘어지면 세우는 일만 거들뿐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식 부모와의 대화가 사라진지 오래고 이미 그전부터 부부와의 대화도 없어졌다. 대궐 같은 넓은 거실에 벌집처럼 수개의 방에 각자의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하루 잠을 자고 여보와의 인사보다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잠이 든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며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것이 아닌 점점 휴대폰 속의 다른 사람이 사는 모습에 기대를 하고 다른 장소의 다른 음식 사진에 만족을 느낀다.

자신의 삶은 어디 갔는지 모르고 남의 삶이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었고 세상을 대하는 크기는 넓어졌으나 우리가 사는 삶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금이야 차로 3분이면 갈 수 있는 동네는 어릴적 작은 걸음으로 누볐던 동네는 너무 넓었고, 어른이 되어 찾아간 바다보다 컸었던 초등학교 운동장은 한없이 작아져 있었다.

‘나가 놀아라’ 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더 넓은 세상의 땅을 밟아 보라는 뜻이었을까?

아름다운 삶이란 두발로 땅을 밟고 걷고, 눈으로 자연의 색을 보고 피부에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것일 것이며, 가장 큰 세상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를 바람에 자신을 담아 그대로 지구 반대편까지 실어 보내는 자연과 함께 되는 세상일 것이다.

휴대폰 화면에 빠져 관광을 하지 말자.

집안에 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지금 아니면 이 보다 더 많은 금을 볼 수 없다.

노란 은행잎으로 펼쳐진 황금 길을 ‘나가라!’ ‘나가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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