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통일 대한민국 환상
시론-통일 대한민국 환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04 18:08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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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통일 대한민국 환상

11월 1일부터 남·북간에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는 없다. 땅에서도 바다에서도 하늘에서도 물밑에서도 땅속에서도 서로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는 민족사에 있어서 참으로 위대한 전환점이자 기념비적 여정이 아닐 수 없다. 민족이 하나 되는 통일 대한민국을 향한 평화의 첫걸음이자 약속실천이기 때문이다. 백번 만 번 옳은 방향이고, 천만번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따라서 이일에 있어서만큼은 거침없이 두 손 들고 환영한다. 분단된 지 그 얼마만이며 원수로서 살았던 지가 또 얼마이었던가. 같은 형제자매 끼리 헤어져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며 이를 가며 산 세월이 그 얼마 동안이었던가. 잃어버린 그 세월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일까, 무엇인가 우롱당하고 있다는 이 불쾌감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인가 속 시원히 가셔지지 않는 이 갈증은 또한 무엇이란 말인가. 왠지 모를 석연찮음이 저마다의 마음에 앙금처럼 붙어있는 이 집단적 냉소는 또 어쩌란 말인가. 오랜 세월 동안 적대적 살상의 관행 탓인가, 아니면 그동안 서로를 속고 속이는 것들에 충분히 이력 난 탓 때문인가, 아니면 저마다의 정권을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 탓인가. 그리하여 지금 이런 남북의 평화무드도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또 하나의 정치적 기망행위내지 쇼라는 왜곡된 말들도 사회 한 켠 에선 스멀스멀 번져 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금의 이런 바람직한 변화를 반신반의하며 기대 반 냉소 반으로 그저 잠잠히 지켜보기만 할 뿐 사람들은 선뜻 환희에 찬 소리를 크게 내지르지 않는다. 평화를 위한 상징적 행동은 매우 그럴 듯하지만 상징의 너울 안에는 또 다른 마성(魔性)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의심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의 정권당국은 진정한 민족의 번영보다는 저마다의 정권유지를 위하여 상대방 정권을 교활하게 악용하여 왔던 점들이 너무나 또렷하다. 그 오랜 세월동안 켜켜이 굳어진 이런 불신은 급기야 이 아름다운 변신을 단지 또 하나의 전술 전략에 불과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하여 불행하게도 시중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목소리들조차 터져 나온다. 북한의 노련하고 교묘한 외교적 술수와 군사적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느니, 빨갱이 정권이 들어서서 나라를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 있다느니, 미국이 남한을 포기 하였다느니, 대통령은 하수아비고 비서실장이 모든 실권을 거머쥐고 좌지우지하고 있다느니 하는 유언비어들이 그것이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무언의 동일체로서 굳건한 위상을 과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한미동맹은 확신하기 어렵다느니, 전작권 환수 이후의 조직구도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활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하는 형태라느니, 미국과 일본 간의 전략적 군사력은 더욱 막강해졌다느니 하는 등의 안보불안 이슈들도 사람들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은 이런 소리들에 대하여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한 것이라고 가볍게 치부하며 수수방관하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히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필요한 조처를 취하여 나가야 한다고 본다. 경제가 어렵고 살아가는 것이 팍팍해질수록 사람들은 이런 근거 없는 말들에 더욱 심취되고 자기 서러움에 격조되어 급기와 분노를 분출하며 사회적 혼란을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적 불신을 불식하여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근본적 요체라고 공자는 ‘논어 안연편’에서 그토록 강력하게 설파하고 있다.

어떻든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꿈과 환상을 명실상부 이룩해 내기 위해서는 국민신뢰정서를 굳건히 회복하는 것이 제 일차적 급선무라 하겠다. 신뢰의 바탕위에서 탄탄한 경제적 기반과 튼튼한 안보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정권이 하여야 할 근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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