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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지러진 달이지만 온 세상을 비친다(Ⅰ)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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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5  18: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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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이지러진 달이지만 온 세상을 비친다(Ⅰ)

한 해가 기울어져 가고 있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뜻에서 기울어진 달에 비하여 한 해의 의미를 2회에 걸쳐 조명해 보고자 한다.

‘주역’은 녹녹치 않은 책이다. 조선 시대에는 사서(四書)를 다 배우고 난 뒤에 읽었다. 퇴계 선생에게도 ‘주역’은 쉽게 정복되지 않는 높은 산이었다. ‘퇴계선생연보’에 따르면 선생은 20세(1520)때 ‘주역’을 읽기 시작했는데, 먹고 자는 것도 잊을 만큼 몰두하다가 늘 나른하고 파리해 보이는 지병을 얻기도 했다. 그 뒤 34세(1534) 때 회시(會試)에 응시해 모든 과목에서 최고점인 ‘통(通)’을 받았지만 ‘주역’만은 요즘으로 치면 C학점 정도인 ‘조(粗)’를 받았다. 조선조 최고봉의 학자가 십 년이 넘도록 몰두해 읽고도 그 요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빼어난 학자 치고 ‘주역’에 한 번 도전해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그럼에도 ‘주역’은 마치 거대한 늪처럼 들어오는 사람을 다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수많은 사람이 이 늪에 빠져 일생을 마치기도 했다.

필자도 ‘주역’에 관한 책을 보이는 대로 읽었지만 멍할 따름이다. 가끔 주역의 대가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한 땀 뜨고 싶어서 어느 강좌를 들었더니 그 사람 잘 모르고 강의하고 있었다. 즉 겉만 맴돌고 있었다. 내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역’이야기를 가급적 꺼내지 않는다. 그래서 ‘주역’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린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건지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주역’은 멀리 하기엔 아쉽고 가까이 하기엔 두렵다.’이다. ‘주역’은 한 번 손에 들면 재미있는 소설처럼 빠지며, 인간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렵고 어렵다. 읽으면서도 모르는 것이 참으로 많지만 자꾸만 끌려가게 된다. ‘주역계사강의’를 쓴 남회근 선생은 “법에 의지하되 사람에 의지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경전에 의지하되 이해할 수 없는 경전에 의지하지 않으며, 뜻에 의지하되 말에 의지하지 않고, 지혜에 의지하되 지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힘써서 경전을 연구하면 됩니다”라고 했다.

세상 사람들은 입만 열면 법을 얻어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고들 있는 것 같다. 먼저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자신을 닦아 나가야 합니다. 성실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늘을 원망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돌아봐야 합니다. 마음을 닦고 습기(習氣)를 변화시켜야 비로소 공덕(功德)의 기초가 생기게 됩니다.

‘역경(易經)’의 상수(象數)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위로는 천문(天文)을 알고 아래로는 지리(地理)을 알며, 타고난 운명을 점치고 관상을 보는 것, 또는 점을 치기 전에 미리 아는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이런 것들을 실제로 행하기는 무척 어렵다. 상수에 통달해야 할 뿐 아니라 고대의 천문학 등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야 한다. 이 정도가 되려면 몇 십 년에 걸친 독서와 사유와 연구가 필요하다.

남회근 선생은 “‘역경(易經)’이 이해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역경(易經)’이 아니다”라고 까지 평가하기도 했다. 즉 ‘역경(易經)’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역’으로서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정리한 책이다.

귀천의 문제는 인간이 먼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가까운 것을 소홀히 여기는 데에서 유래한다. 먼 것이나 곤란한 것, 얻기 어려운 것을 중시하고 쉬운 것을 경시(重難而輕易)하는 풍조는 인간의 고질적인 병폐라 할 수 있다. 곤란한 것일수록, 그리고 얻기 어려운 것일수록 더욱 귀하게 느낀다. 사람의 눈이 얼굴에 하나가 있고 뒤통수에 하나가 붙어 있다면 앞뒤를 다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 가설은 천지에는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어떤 것도 그것 자체가 절대적으로 귀하거나 천한 것은 없다. 귀천은 그것이 놓여 있는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정당한 자리에 있으면 바르고, 정당하지 못한 자리에 있으면 바르지 못하다. 그래서 속담에 이르기를… ‘운이 트이면 생각도 영민(靈敏)해진다.’고 했다. 그 사람이 운이 좋다면 제 자리에 이를 수 있어 자연히 영민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리가 바르지 못하면 제일 귀한 것도 제일 천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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