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대학의 논술시험
아침을 열며-대학의 논술시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06 18:21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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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대학의 논술시험


대학의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집안에 있어서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술로 대학의 수학능력을 시험하는 것, 참 좋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종합적이고 완성된 사고능력을 시험한다는 점이다. 단편적인 사고의 파편이란 결국 요즈음 부쩍 문제가 되고 있는 순간의 충동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성질을 형성하는 데도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 볼 여지가 없는 급한 성질은 이렇게 위험한데 단순히 외우기로만 점철된 우리네 소위 공부라고 하는 것의 병폐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도 되었다.

부득이 해야 된다면 단순 암기식의 공부는 중학교 과정 정도에서 슬그머니 마무리 되고 고등학교부터는 각 분야의 학문을 아래에서부터 철저한 학습을 하면 어떨 런지. 예컨대 식물 중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토론해서 우리 동네의 환경 전반에 걸쳐 그야말로 공부를 하게 하는 것이다. 문학에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은 직접 창작을 하고 학우와 지도교사와 합평회를 하면 될 것이다. 별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학교의 망원경을 들고 들로 산으로 다니며 별과 놀며 공부하면 어떤가! 망원경? 없으면 국가가 일괄 지원해야 하고.

우정과 신의가 왜 중요한 삶의 덕목인지 효도는 또 왜 중요한지 심도 있는 공부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에 또 얼마나 요긴할 것인가. 그 모든 인문학을 아우르는 철학은 또한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대견하게 성장시킬 것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철학과 인문학이 점점 설 자리가 잠식당하고 있는 이런 때에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사는 환경과 집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생은 또 끼리끼리 모여서 집짓는 현장 등지로 몰려다니며 조사하고 일을 배우기도 하며 용돈도 벌기도 하며……너무 나갔나?

고등학교에서 자기가 원하는 학문의 기초를 철저히 공부해서 그것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면 바로 이미 공부한 걸 논술로 잘 정리해서 진학하고 싶은 대학에 제출한다. 그 대학은 그 논술을 검토해서 입학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학생은 이미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좋아서 공부하고 조사하고 기록한 문건을 잘 정리하고 요약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집을 몇 권을 풀고 문제를 몇 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참으로 미련한 공부에서 해방된다. 대학에 가서는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에 매진해서 이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해서 생활하게 되겠지.

또한 저 난립해서 학생을 가진 각 가정의 돈을 박박 긁어가고 있는 사교육들도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도 뭔가 새로운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교육제도에 염증을 느끼고 대안을 찾고 알고 있다. 다만 이권으로 더럽게 얽혀 있는 기득권의 손아귀의 힘이 풀리지 않고 있을 뿐이다. 차제에 기득권에서 진정 우리 사회의 앞날을 생각하기를 촉구한다. 또한 나를 포함한 우리 스스로들에게 정말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 수시로 점검하고 기득권에 속지 않는 지혜를 요구한다.

이제 우리는 돈돈하면서 사는 때는 지난 것 같다. 물론 돈이란 생활에 필요하다. 그러나 딱 생활에 필요한 것이지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걸 우리는 지금 몸소 격고 있지 않은가. 우리 세대까지야 그렇다쳐도 다음 세대부터라도 자신의 생활 그 자체가 소중한 목적이 되는 사회로 살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함께 사는 가족과 이웃의 삶 역시 내 삶 못지않게 소중함을 매순간 상기하며 더불어 행복해야지! 겨울을 재촉하는 찬바람이 몰려오는 이즈음, 단풍이 참으로 아름답다. 따끈한 붕어빵을 사서 집안의 수험생을 식기 전에 먹이기 위해 내 걸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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