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지러진 달이지만 온 세상을 비친다(Ⅱ)
칼럼-이지러진 달이지만 온 세상을 비친다(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12 19:0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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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이지러진 달이지만 온 세상을 비친다(Ⅱ)


‘역경(易經)’〈계사전(繫辭傳)〉에서는 ‘길흉은 사에 있다(辨吉凶者存乎辭)’라고 했는데, ‘사(辭)’란 바로 생각을 말한다. 생각이 옳으면 모든 것이 옳게 된다는 뜻이다. 말이나 글은 사람의 생각과 관념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생각이란 한순간에도 일어났다 없어지는 것으로, 우리가 마음속으로 옳다고 생각하면 좋지 못한 것이라도 좋게 여겨지는 법이다.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좋은 것이라도 좋지 못하게 느껴지게 된다. 문학 작품 속에서도 이런 예는 흔하게 보게 된다.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이다.

이지러진 달이 온 세상을 비추니(월아만만조구주: 月兒彎彎照九州). 어떤 집은 기뻐하고 어떤 집은 시름에 젖는구나(기가환락기가수: 幾家歡樂幾家愁). 어떤 집은 부부가 한 이부자리에 같이 있는데(기가부부동라장: 幾家夫婦同羅帳). 어떤 집은 바깥에서 떠도는구나(기가표류재외두: 幾家飄流在外頭).

이렇게 이지러진 달은 매월 초순이나 하순경이지만 이 달을 바라보는 심정은 같지 않다. 어떤 사람은 이 달을 보며 기뻐하고, 어떤 사람은 깊은 시름에 빠져든다. 냉정하게 보면 개인의 희로애락이 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경치를 바라보면 감정이 생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마음속에 이미 있던 하나의 감상이 외부의 경치에 자극되어 바깥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어떤 집은 부부가 한 이부자리에서 단꿈을 꾸고 있는데, 어떤 집은 바깥에서 떠돌고 있다. 똑같은 달이건만 사람의 마음속 감상은 저마다 다르다. 종교들은 대형 관광호텔을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불교는 관광호텔이름을 ‘서방극락세계(西方極樂世界)’라 했고, 기독교는 ‘천당(天堂)’이라 하면서 사람들을 꾀어 이득을 챙기고 있다.

동양문화는 죽음보다는 삶을 부각시킨다. 그래서 삶은 다함이 없다(생생불이: 生生不已).라고 했다. 비록 태양은 떨어지지만 날마다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서양의 종교는 야밤에 등불을 들고 길을 다니는 것과 같다. 사람들로 하여금 빨리 죽어 이곳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동양 문화는 사람에게 빨리 죽으라고 고무하지 않는다. 살라고 고무한다. 그래서 삶은 다함이 없다고 한다. 너와 내가 죽더라도 태양은 여전히 동쪽으로 떠오른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자(老子)는 이것을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라고 표현했다. 우리의 삶은 시종 우주의 법칙이나 천지의 법칙에 합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대자연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중국에서는 수양의 최고 경지를 표현할 때 ‘낙천지명(樂天知命)’이라고 했다. ‘낙천(樂天)’이란 우주의 법칙을 이해하여 자연과 합일된 것이고, ‘지명(知命)’이란 생명의 원리나 참모습 또는 가치를 아는 것이다. 이들을 명확하게 파악하게 되면 ‘고불우(故不憂)’즉 아무런 번뇌가 없는 경지이다. 이는 고통, 고민, 난관, 불운 등이 모두 삶의 한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대지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모든 은혜를 베풀지만 거기에 상응해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똥오줌이거나 죽고 나서 남기는 한 구(柩)의 시체뿐이다.

세상에는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이 법칙을 부정할 방법이 있는가? 양이 어떤 것을 의미하면, 음은 그 반대를 뜻한다. 예컨대 기쁨이 양이라면 슬픔은 음이다. 밝은 것이 양이라면 어두운 것은 음이다. 태어난 것이 양이라면 죽는 것은 음이다. 이렇게 계속하면 무한히 많은 사물을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것이 세상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는 평등의 법칙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이 어긋나는 것은 절대로 찾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순수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세상은 두 종류로 되어 있다는 지혜이다. 세상에 음양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는가? 절대로 찾을 수 없다. 자연이 평등하게 존재한다는 법칙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등은 그래서 저절로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세상 최고의 법칙, 최상의 원리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달도 보름달이 있는가 하면 초승달과 그믐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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