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김동연·장하성 두 분께
아침을 열며-김동연·장하성 두 분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13 18:52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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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김동연·장하성 두 분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되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정중히 배웅해드리고 싶다. 어려운 때에 어려운 자리를 맡아서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일개 집안도 특히 어려운 때가 있고 공교롭게도 그러한 때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권력자와 그 주변인들과 재벌기업가와 그 친인척들의 이권과 특권이 우리 사회를 장악했던 10년이 지났으니 나라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그런 때에 두 분은 나라 살림의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이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 일들이 많았을까.

나라 안의 가장 큰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빈부의 격차였을 것이다. 못 사는 사람은 작은 몸 하나 뉘일 곳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하고 잘 사는 것들은 움켜쥐고 있는 돈과 권력을 어찌할 줄을 모르고 마구 휘둘렀다. 봉지에든 땅콩을 접시에 받쳐서 대령하지 않았다고 공중에서 날고 있는 비행기를 공항으로 돌려보내 그 승무원을 내리게 했다. 최고 권력자의 언니인지 동생인지 그 촌수가 헷갈리는 여자가 나라의 곳간을 쥐락펴락 했다나 어쩐다나. 암튼 국민은 “이게 나라냐!”라며 촛불을 들어 정권을 교체했지만 그런 되먹지 못한 것들이 일시에 사라질 수는 애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꼼꼼하게 시간을 가지고 차츰 개혁해 나가야 하는 일들이지만 확 바뀌는 걸 보고 싶은 급한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니 잘 하자니 시간을 포함한 제반 여건이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다. 게다가 기득권들은 두고 보자는 심술 굳은 눈길로 그들을 쏘아보며 이간질했다.

기득권층은 두 분이 취임한 때부터 그만 둔 지금까지 막말로 씹고 또 씹었다. 걸핏하면 징계니 교체니 경질이니 해서 떠들었다. 그래도 두 사령탑은 묵묵히 개혁에 힘썼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장하성 적책실장이나 활짝 웃는 모습을 한번도 못 본 것 같다. 두 분에게 정말 죄송하다.

특히 경제부총리는 ‘흙수저 신화’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서 개인이든 조직이든 고착된 어떤 논리나 고정관념을 깨지 않고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역설했다. 그의 웃지 못하는 경제부총리 시절을 보면서 아무리 깨려고 해도 단단히 얽혀있는 깨야할 어떤 것들이 참으로 독하고 모질다는 사실에 내가 다 진저리를 쳤다. 그 독하고 모진 것들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있어 웬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꿔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는 자기들의 사람을 물샐틈없이 포진시켜놓았고 그들은 대부분 정책 입안자들이었다. 한숨만 나올밖에.

재화는 한정되어 있다. 빈부 격차를 줄일려면 결국 많이 가진 자들의 재화를 사회에 다시 토해내게 해야 한다. 억지로 토해내게 해서도 안 된다. 좀 과감하게 개혁을 하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거부감을 표시한다. 거부감을 표하는 정도를 넘어 사표 종용을 했다. 또 정책실장은 경제개혁에만 올인해선 안 된다. 모든 정책이 조화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부총리가 경제개혁에 속도를 내려고 하면 브레이크를 걸기도 했을 것이다. 이것을 또 각 언론들은 불화니 불협이니 해서 이간질을 시킨다. 그봐라, 니들은 안 된단 말이다! 하면서 호통을 치고 생난리를 피웠다.

워낙에 경제문제는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다. 각 개인도 그렇지 않은가. 부자되기가 가장 힘든일 아니던가 말이다. 더해서, 한번 망조든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란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그 일을 불과 2년도 안 되는 단기간에 해내기를 요구하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각설하자. 다만 두 분께 감사와 사과를 깊은 마음으로 드리자. 한사흘 푸욱 쉬셔요. 딱 사흘만요! 그리고 어디에서건 우리국민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세요. 깊은 마음으로 감히 간청합니다. 우리는 님들이 필요합니다. 염치없는 일인줄 알지만 절대로 나라와 국민을 한 순간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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