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광개토대왕은 왜 삼국통일을 하지 않았는가
칼럼-광개토대왕은 왜 삼국통일을 하지 않았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15 17:13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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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

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광개토대왕은 왜 삼국통일을 하지 않았는가


광개토대왕의 비문을 보면 광개토대왕은 당시에 신라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비문을 살펴보면 396년 백제와의 전투에서 백제는 참패를 하였다. 백제는 어쩔 수 없이 남녀천명과 세포 천 필을 헌납하고 광개토대왕의 면전에 꿇어앉아 “지금부터 영원히 당신의 노객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그 후 광개토대왕은 은혜를 베풀기로 하고 성의를 살핀다. 할아버지 고국원왕을 죽인 나라인 백제를 정복한 광개토대왕이 백제왕을 제거하지 않고 용서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에게는 천손이라는 동질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고구려와 신라와의 관계는 어떠하였을까. 광개토대왕 즉위 10년 신라의 내물왕은 399년 고구려에 급하게 사신을 보내 왜인이 신라에 가득해서 성지는 모두 파괴되고 광개토대왕의 신하인 신라왕은 천민으로 변했다는 간절한 호소가 담긴 구원문을 전달한다. 이를 듣고 광개토대왕은 정병5만원 보내 왜병을 쓸어버린다. 이때 왜병과 연합한 가야국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고구려군은 정복한 수많은 성을 신라 병사들이 지키도록 하였다. 이 전쟁을 계기로 신라는 고구려에 조공을 바치기 시작한다. 중원고구려비에는 신라왕이 직접 옷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관복을 의미하고 신라가 고구려에 깊이 예속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흔히 조공관계는 신하를 보내 조공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나 왕이 직접 친조를 하고 의복을 하사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으나 그만큼 신라의 고구려 의존도는 높았다. 당시 신라는 군사력에 있어서 고구려의 도움을 받았는데 ‘신라토내당주’가 이를 증명한다. 고구려의 당주는 군사령관을 의미하는데 고구려군이 신라에 일정한 군대를 주둔시켰다는 것이다. 외세를 물리쳐준 대가로 신라는 고구려의 신하 나라가 된 것이다. 스스로 힘이 없으면 그렇게 치욕을 당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과 별로 차이가 없다. 광개토대왕이 이끄는 고구려군은 정보전에 탁월하였다. 군사, 군비면에서도 탁월하였지만 군 정보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던 것이다. 백전백승의 고구려군이 왜 삼국을 통일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바로 고구려가 천하의 중심이라는 천손사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동북아의 패자라는 자긍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손은 지손족과 다르기 때문에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일아침 천부경을 암송하고 삼일신고에 맞추어 심신을 단련하였으며 경당이나 태학에서는 참전계경을 배우고 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라의 기강은 굳건하였으며 정치인들은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고민했고 군인은 비가와도 훈련을 쉬지 않는 강군으로 양성되었으며 백성들은 부지런하고 사이가 좋아 얼굴에 윤기가 흘렀던 것이다. 광개토대왕은 동명성왕 때부터 내려온 홍익삼경을 국정운영의 지표로 삼고 전 국민에게 수행과 수련을 전하여 가난함과 억울함이 없도록 살폈으니 어찌 나라가 부강하지 않았겠는가,

광개토대왕의 비는 이러한 과거를 우리에게 증명시키고 있는 것이다. 천자의 나라. 천손의 나라인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에게는 동족의식을 느끼고 천손의 반열에 함께 하여 한민족으로 같이 살고자하는 의도가 중원 고구려비에는 나타난다. 중원고구려비에는 수천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늘을 지킨다는 이 말은 ‘여형여제 수천’이라고 표현했고 신라와는 영원히 형과 아우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정복자로서 타국에 아픔을 주기보다는 천손의 한 자손으로써 서로 잘 살아보자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북아의 강자 고구려의 세계관이었다. 수와 당에 맞서 당당히 천손의 혈통을 지켜간 고구려인의 기상을 이 광개토대왕비는 천년이상의 세월 속에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헤어짐이 오래되면 만나게 되어있고 만남이 오래되면 헤어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천년 이상의 국맥이 어쩌다 70여년정도 떨어졌으니 이제는 하나가 될 때이다. 우리는 중국의 거대제국 수, 당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하늘의 자손이다. 남북의 하나 됨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기에 정성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오직 정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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