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칼럼-작은 세상
보훈칼럼-작은 세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15 18:58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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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작은 세상


화려한 단풍의 유혹에도 작은 창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전국의 이름난 병원 중환자실이 그렇고, 호스피스병동이나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노년의 인생들이 그럴 수밖에 없다. 젊은 날을 어떻게 보냈던 상관없이 인생의 황혼은 서글픈 후회뿐이다.

필자도 먼 곳에 있는 병원만을 주기적으로 오가며 사회활동을 거의 접었다. 전우신문과 군사세계의 칼럼만 빼고…무슨 정상회담이나 대형사고 같은 뉴스도 관심이 줄어들고…다만 남북 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는 여전히 신경이 곤두선다. 아마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남아 있나보다.

몇 달 전 미국전체가 애도의 물결로 고인이 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근래에 우리나라에는 그런 영웅이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로남불만 있고 피터지게 싸우는 상대만 있으니까!

청문회를 거쳐 간 정부의 고위직이나 법관들이 예외 없이 부동산, 위장전입, 세금, 이중국적, 병역, 교통법규 위반까지 별별 범법에다 엄청난 축재까지 그야말로 청렴도 능력도 어불성설이었고, 여론과 상관없이 배짱 좋게 권력을 꿰찼었다. 그들만의 세상이었고 서민들의 목구멍의 가시였었다.

존 매케인이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서 격추돼 포로가 됐을 때 월맹측은 그의 아버지가 태평양 함대 사령관임을 알고 협상해서 석방하려고 했으나 당사자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5년을 정글감옥에서 견뎌내었다. 베트공의 고문은 일제하 김마리아나, 유관순이 당한 고문처럼 악명이 높았다. 종전 후 석방되어 죽을 때까지 그는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거물급 정치인이 되어 국가에 봉사했다. 그는 수많은 미군 포로를 외면하고 자신만 석방될 수 없었다고 술회한바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생활화되어 있는 그들의 아름다운 문화가 우리에게도 정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베트남전, 6·25 참전용사들도 애국자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그렇듯이 평균 70대 중반을 넘어섰고, 80~90대에 이른다. 나라에서 참전위로금을 주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보조금을 조금 준다. 경남 6·25 참전자는 7000여명, 베트남전은 1만 3000여명이 있는데 6·25는 도에서도 보조금을 준다.

장애인, 청소년, 어린이 등 복지수당이 골고루 지급되는 추세인데 베트남전 노병들에겐 유독 푼돈만 주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나라의 명령으로 나라를 위한 희생에 6·25와 구분지음도 그러하다. 늙고 병들고 생활이 곤궁한 참전용사들의 세상은 자꾸만 작아져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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