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농가월령가를 되새기며
진주성-농가월령가를 되새기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1.20 18:56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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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농가월령가를 되새기며


내일이 24절기 중 스무 번째인 소설이고 음력 시월 보름이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는 철마다 알아두어야 할 한 해의 농사일과 풍속 및 예의범절 등을 운문체로 기록한 ‘농가월령가’에는 “시월은 맹동이라 입동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며 겨울철새인 고니가 하늘 높이 날아든다 했다. 무 배추 캐어서 김장하고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라 하여 온돌방이 따뜻하게 아궁이의 불이 잘 들게 미리 손질을 하고 바람벽의 틈새에서 찬바람이 들어올까 봐 매흙질을 하여 바람구멍도 막고 외양간에도 떼적을 둘러 사람이나 가축이나 겨울나기를 위한 월동준비에 바쁜 시기임을 노래했다. 시래기도 엮어달고 무말랭이며 호박오가리와 곶감도 깎아서 줄줄이 매달아 말리며 한 꼬투리라도 더 피워서 따려고 목화대를 뽑아서 양지바른 언덕배기에 널어 말리던 옛 시절이 그리 먼 옛 날도 아닌데 요즘은 그럴 일도 없어 철가는 줄 모른다.

미세먼지 경보에다 황사 오면 봄이요, 에어컨전기요금 누진으로 걱정하며 속절없는 여름이고, 지역마다 앞 다투어 축제하면 가을이요, 국제공항 출국장이 북적대면 겨울이다.

농사짓는 사람들도 절기와는 상관없고 소비자들도 오뉴월에 사과 먹고 한 겨울에 수박 먹고 토마토랑 딸기도 제철같이 풍성하다. 절기가 바뀌어도 아무상관이 없으나 폼 나게 멋을 부려야할 옷차림 때문에 계절의 바뀜에는 모두가 민감하다.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고 살맛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아독존으로 막살기에도 딱 좋은 세상이라는 게 문제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이웃과 어울리지 않고서는 농사일을 할 수가 없었지만 요즘이야 품앗이나 두렛일로 어울릴 일도 없으니 네가 없어도 내가 불편할 게 없어 어울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만 갖는다면 더 좋은 어우러짐이 형성될 수 있으나 약육강식의 보이지 않는 인간사회의 특유의 먹이사슬이 곳곳에서 형성돼 있다. 강자의 횡포는 날로 심해가고 있어 갑질 논란으로 인격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농가월령가의 시월령에는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사람들이 가을걷이를 마치고 어우러져 흥겨움을 나누며 “천은도 그지없고 국은도 망극하다”며 하늘과 나라의 은혜가 한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하늘에 감사하고 나라에 감사할 때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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