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이 내린 자연의 선물 지리산골 고로쇠 왕
神이 내린 자연의 선물 지리산골 고로쇠 왕
  • 김봉철 기자/ 사진 이용규 기자
  • 승인 2012.04.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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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업분야 신지식인 1호 청산임업농산 박행규 대표

▲ 고로쇠, 산삼, 더덕, 곰취등 약초와 산나물을 재배해 연간 7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박행규 청산임업농산 대표.
고로쇠, 약초, 산나물 재배 연간 7억원 소득

산청읍에서 동쪽으로 4km 정도 더 가면 산청군 차황면이 나온다. 면 전체가 친환경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차황면의 뒷산은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이다. 황매산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경치가 수려해 영화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TV드라마 주몽 등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매 5월이면 산 정상이 철쭉으로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이 아름다운 고장에서 고로쇠, 산삼, 더덕, 곰취등 약초와 산나물을 재배해 연간 7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임업분야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된 박행규(57) 청산임업농산 대표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산의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또 5만주의 고로쇠 나무를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고로쇠 나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로쇠 왕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약초꾼 보다는 기업인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청산임업농산도 기계화가 잘 돼 있어 웬만한 중소기업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박 대표는 약 40ha에 이르는 그의 농장에서 고로쇠 나무가 자라는 그 밑에 산양삼과 더덕 산나물등을 심어서 이중의 소득을 올림으로서 약초와 산나물을 재배해 기업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다.
“올해는 고로쇠 물이 많이 나오지 않아 지금 유통회사들에서 난리들입니다. 자기들만 달라고 압력을 가해 와서 큰일입니다.”
올해 날씨가 좋지 않아 고로쇠 물이 많이 나오지 않자 인기가 좋은 우산고로쇠 물을 서로 확보하려는 유통회사들 때문에 골치라는 박 대표의 즐거운 비명이다. 고로쇠 물은 2월말부터 나오는 데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고로쇠는 예전부터 내장기관의 노폐물 제거와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 비뇨, 변비, 류머티스, 관절염, 위장병, 신경통, 피부미용에 효험이 크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신장병, 이뇨작용에 특효가 있어 고로쇠 물을 마시기 시작하여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소변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처럼 봄의 전령사인 고로쇠 물을 마시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여성들이 찜찔방에 앉아서 오징어를 먹으며 밤새도록 고로쇠 물을 마시는 풍경은 우리나라 초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봄에 고로쇠 물을 먹어 내장기관을 청소해 놓으면 한해가 편안해진다.
 박 대표는 고로쇠 가운데 우산고로쇠의 전문가이다. 고로쇠는 단풍 나무과에 속하는 활엽수이다. 겉 모양은 단풍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잎사귀가 일반 단풍나무에 비해 크고 둔해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우산고로쇠를 비롯하여 붉은 고로쇠, 왕 고로쇠, 재래종 고로쇠등 4종류의 고로쇠가 있다. 우산 고로쇠는 원래 울릉도에 자생하던 것인데 박 대표가 세계를 다 돌아다니고 나서 발견해 개량을 한 것이다. 우산 고로쇠는 물의 당도가 일반 고로쇠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고 인삼향이 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먹기에 편하고 인기가 좋다. 우산고로쇠는 한말에 6만원을 받는다. 일반고로쇠가 5만원을 받는 것에 비하여 약 20%가 가격이 비싸다. 그래도 우산고로쇠 물은 없어서 못 판다.
한해 평균 6000말 정도의 물을 받는다고 하니 고로쇠 물만으로 약 3억6천 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셈이다.
우산고로쇠의 또 다른 장점은 수액을 받기까지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점이다. 일반 고로쇠는 10년을 키워야 수액이 나오기 시작하는 데 우산 고로쇠는 5년 정도만 키워도 수액을 받을 수 있다. 투자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률이 높은 것.
필자가 보기에도 고로쇠 나무를 심는 것이 일반 과실 나무를 심는 것에 비해 수익률도 높고 일하기도 편할 것 같다. 일반 과실나무는 거름을 해야 하고 농약을 쳐야 하고 또 과일을 따야 하는 등 많은 손길이 필요해 인력과 투자가 많이 든다. 그런데 고로쇠 나무는 농약을 칠 필요도 없고 거름을 할 필요도 없다. 또 과일을 따기 위한 인력도 필요 없다. 과실 나무처럼 가지치기를 해야 된다든지 하는 노동이 전혀 필요 없다. 나무를 심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수액이 나오기 시작한다. 수액이 나오면 이른 봄에 고로쇠 수액을 받는 기구를 나무에 박아 놓으면 된다. 요즈음은 이것도 자동화 되어 있어서 고로쇠 수액을 받는 통이 나무마다 호스로 연결되어 물이 한 곳으로 집중되도록 되어 있다. 한 곳에 집중된 이 물을 가져다가 살균 처리만 하여 출하하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따라서 일반 과실나무에 비해 노동력이 적게 들고 농사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초봄 한 철, 약 한 달이면 모든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다른 일을 하는 데 보낼 수 있다.

▲ 박행규 대표가 고로쇠 농장에서 수액을 자동화 과정으로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일반 과실나무 비해 노동력 적게 드는 장점

박 대표가 고로쇠 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고로쇠 물은 채소와 같은 1차 농산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이 쉽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관청과 불필요한 시비가 붙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다른 음료수는 가공품이기 때문에 유통에 규제가 까다롭다. 또 이른 봄에 고로쇠 물을 마시는 우리의 문화로 인해 수요가 일정하게 존재하는 것도 큰 이유다. 그러나 고로쇠를 재배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박 대표는 처음에 고로쇠 나무를 산림조합을 통해 공급받아 묘목 1만5천 그루를 심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가꾸어도 도무지 나무가 자라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는 진주에 소재한 남부산림과학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과학원의 식물분류학자인 권영환 박사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했다. “이건 탱자나무처럼 아무리 오래 키워도 아름드리로 자라지 않는 소경목이다. 지금 당장 포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모든 묘목을 버리고 새로운 수종으로 갱신을 하기로 했다. 수종을 갱신하기로 마음을 먹은 박 대표는 좋은 고로쇠 나무를 얻기 위해 러시아에서 캐나다까지 고로쇠로 유명한 나라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녔다.

세계에서 고로쇠 나무가 가장 많은 나라는 캐나다이다. 캐나다 국기에 있는 단풍잎이 사실은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고로쇠 나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캐나다는 고로쇠 수액을 먹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이를 시럽으로 만들어 먹는다. 캐나다에 가서 눌러 지내면서 적합한 고로쇠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정작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은 곳은 우리나라였다. 그의 성공을 가져온 바로 우산 고로쇠였다. 울릉도에 자생하는 것인데 물 맛에 인삼향이 나고 당도도 높았다. 물을 얻는데 필요한 기간도 짧았다.
이것이다 싶어 농장에 가지고 와서 대량 번식을 해서 지금의 고로쇠 왕국을 만들었다. 처음 우산 고로쇠 물을 받아 산청의 특산물이라 하여 청와대에 납품한 일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데 고로쇠 물을 마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인삼향이 나니까 “왜 내가 마시는 물이라고 고로쇠에 인삼을 섞었느냐.” 고 비서에게 물었다고 한다. 비서가 “원래 인삼향이 나는 고로쇠입니다”라고 대답하니 “참 이상한 고로쇠네.”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했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고로쇠 나무를 대량으로 심은 후 나무 사이에 산삼과 더덕을 심었다. 둘 다 음지식물이라 나무 사이에 심어도 되겠다 싶어 그렇게 해 보았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그의 농장에는 약 100만주의 산삼이 심어져 있다. 약 8년 이상 된 것들이다. 이것들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 산삼 역시 그에게 적지 않은 소득을 가져 올 것이다. 그는 산삼을 재배하면서 산양삼재배자협회의 회장을 맡아 산양삼 보급에 앞장서기도 했다.
“산삼은 그 유통구조가 현대화, 체계화 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약초입니다. 너무 신비화 되어 있고 과장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산삼은 모두 다 가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산삼 재배자협회 회장을 맡아서 일을 해 보니 산삼에 의한 소비자 피해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없애기 위해 특수임산물촉진법을 제정해 검증을 받지 않은 산삼은 유통을 시키지 못하도록 아예 입법화 했다고 한다. 이 법에 의해 지난해 7월 이후부터는 생산이력이 붙지 않은 산삼은 법적으로 유통되지 못한다. 산에서 캔 산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캔 장소등에 대해 정확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렇게 법으로 정한다고 산삼의 유통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산삼 유통이라는것이 기본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아 법이 규제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문제가 되었을 때는 법적인 제재가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산삼을 유통하는 사람들이 압박을 받는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박 대표는 산삼과 함께 강원도에서 많이 먹는 곤드레와 곰취, 은어리, 취나물등의 산나물도 함께 재배한다. 그래서 그의 농장에 가 보면 고로쇠 물을 비롯하여 산삼, 더덕, 곰취, 곤드레, 은어리등 약초와 다양한 산나물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 박행규 대표가 지리산약초학교에서 수강생들을 상대로 열띤 강의를 하고 있다.

산을 잘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길 열려 있어

그가 청산농장을 시작한 것이 1997년 IMF를 맞고 나서니까 지금부터 15년 전이다. 박행규 대표는 15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약초농장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박 대표가 원래 약초나 나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던 사업이 IMF로 부도를 맞은후 우연히 ‘고로쇠 물을 산에가서 받지 않고 재배하면 훨씬 쉽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 계기가 돼 오늘의 농장을 일구었다. 일 년에 7억5천만원정도의 매출을 올리니까 웬만한 중소기업보다는 훨씬 낫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제조업에 비해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아니 사실은 원가랄 것도 없다.
“지금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자 이들의 노후문제에 대해 많은 걱정들을 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은 바로 저의 동생세대들입니다. 저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70%에 해당하는 산을 잘 활용한다면 무궁무진한 길이 있습니다. 공기좋고 물 좋은 지리산에서 약초를 활용해 아이디어만 좋으면 할 수 있는 사업이 무궁무진합니다”
박행규 대표를 만나 약초를 활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지리산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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