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독법 Ⅱ
'사기'의 독법 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4.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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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사기’는 천고불후의 명저이므로 본래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지만 지금부터 너무 먼 시대의 것이므로 문의가 너무 까다로워 알기 어려운 것도 있고, 군명·국명과 사물의 명칭 등이 시대가 다르면 부르는 것도 달라져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있고, 게다가 전사(傳寫)에서의 착오와 의식적인 변조가 비일비재하므로 때로는 독자의 무지와 의심이 ‘사기’ 자체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낳게 하는 수도 있다. 후인의 송습이 점점 드물게 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전심전력으로 ‘사기’를 정리하여 모든 사람이 읽기 쉽도록 하는 것이 나의 오랜 소망이었으나 아직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래에 그 점에 관련하여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간단히 적어 보려고 하니 학문을 사랑하는 이가 독력으로나 또는 협동해서 이 사업을 완성한다면 또한 불후의 성사(盛事)라고 할 것이다.

①‘사기’는 확실히 후인이 보속·변조한 부분이 있다고 함은 이미 앞에서 말하였다. 대강 거기서 논한 조목들을 기준으로 하여 엄밀한 고증을 하고 모든 의심스러운 것을 주선(朱線)으로 표를 하여 결코 원본과 혼동되지 않게 한다면 점차적으로 사마천의 진면목이 되찾아질 것이다. 이러한 연구에 종사하려는 이는 최술의 ‘사기탐원’이 주요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의 충실한 연구의 성과를 가지고 최후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②우리들이 ‘사기’를 중시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 선진시대의 옛 사적을 기록한 데에 있다. 진·한 시대 이후의 일은 완비된 ‘한서’가 있으므로 이것을 읽을 수 있으나 당·우 3대의 일과 춘추전국시대의 일은 체계적인 저술로서 아직 ‘사기’를 능가하는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기’는 이 점에서 우리들의 기대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은 되지 못한다. 후인이 변조한 부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확실히 사마천의 손으로 된 부분일지라도 고대의 기술이 믿을 만한 정도가 역시 한 대의 것을 기술한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사마천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먼 옛 시대의 역사는 모두 반신화(半神話)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변별이 극난한 것이니 이는 각국의 역사가 다 마찬가지로서 다만 중국의 역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돌이켜 천에게 유감을 느끼는 것은 그가 자료를 찾아내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료를 선별하는 데 정확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반표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옳은 말이라 하겠다. “천의 ‘사기’는 고금의 사적에서 취재하고 모든 경전에 통달하여 참으로 광범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역시 한 사람의 힘으로 취사선택한 것이므로 기록이 중복되고 사상은 번다하여 번잡한 대목을 아무리 깎아내어도 오히려 불필요한 말이 남고 정제되지 못한 점이 많다”-‘후한서’의‘반표전’

시험 삼아 ‘사기’의 고대사의 부분을 현존하는 선진시대의 고적과 비교해 보면 그 가운데에 조잡하고 허황된 말이 실제로 적지 않으며 또한 ‘사기’의 각 편간에는 서로 모순되는 점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글은 중복되고 사상은 번잡하여 아무리 깎아내어도 불필요한 구절이 남는다”는 증명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오늘날 고대사를 연구하는 사람은 결국 ‘사기’를 고증의 중심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시에 학자가 만일 사마천에게 충실하려면 마땅히 ‘사기’의 한 대 이전의 본기·세가·연표의 전부를 재검토하고 ‘사기’와 기타 전적에서 방증과 반증을 수집하여 오류를 시정하고 그 정수만을 골라서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니 대개 배송지(裵松之)가 진수(陳壽)의 ‘삼국지’에 주를 붙인 선례에 따라 각 편의 각 단(段) 아래에 분주(分注)하면 믿을 만한 역사에 가까운 것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③‘사기’의 자구해석·사물의 명칭은 현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으므로 주석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구주(舊注)는 너무 간략하지 않으면 너무 번다한 것이 결함이니 이를 많이 제거하거나 보충해야 하고 오늘날의 학생에게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어구를 기준으로 하여 따라 간명한 주를 붙이고 다시 장절구두(章節句讀)의 부호를 붙이면 모든 사람이 읽기 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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