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름이 없다고 책임도 없겠는가?
칼럼-이름이 없다고 책임도 없겠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06 20:27
  • 1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한민족 역사학문화공원 공원장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한민족 역사학문화공원 공원장-이름이 없다고 책임도 없겠는가?


조용히 한해를 돌아보고 친지들과 축복과 감사를 주고받아야 연말이지만 우리네 삶에서 시끄러움은 날로 더해만 간다. 하나씩 정리되고 완결되어 다음해의 발전을 위한 생산성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갈래갈래 흩어져 난립하니 한치 앞을 보기도 힘들다. 이름 없는 국민에게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연말연시조차 한갓 사치일 뿐인가? 이럴 때는 대들보 같은 지혜의 말씀 한 가지를 가슴 깊이 늘 되새겨 가랑잎처럼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은 것이 아주 중요하다.

김구 선생의 말씀이다. “국가흥망 필부유책(國家興亡 匹夫有責)” 곧,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에는 보통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가르침이다. 무릇 모든 나라는 흥하고 망하게 되어 있다. 나라가 흥하려면 망하는 순서로 가지 않아야 한다. 망해가는 나라는 위정자와 국민이 밖을 보지 않고 안으로만 눈을 돌린다. 당시의 글로벌 지도국인 로마도 이와 같은 망국의 수순을 밟는다. 카이사르 때부터 이뤄진 정복 전쟁이 마무리되자 외부를 향한 긴장보다 이 성공과 과실에 대한 수혜를 누가 어떻게 더 누리느냐가 초미의 관심이 내부로 집중되게 되고 천 년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모든 왕조도 초창기에는 오랑캐 진압을 위한 명분으로 잠시 정복 전쟁에 나서다 조금 진전되면 곧 문을 걸어 버렸다. 국가보다는 황권만 안정되면 된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런 한계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당사국의 이익을 해침과 서방의 저지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어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임진왜란, 정유재란 동안 온 국토가 시산혈해로 물든 조선은 불과 30년이 안 되어 또다시 정묘호란에 이어 병자호란을 당한다. 이 모든 외부의 침략에 앞서서 반드시 내부의 갈등이 첨예화 된다. 왜란은 정여립사태에 대응하는 선조의 혹정으로 인해 내부의 정치적 기반과 민심의 이탈에 기인한다. 호란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명ㆍ청간의 등거리 외교를 하던 광해군을 끌어내리고 일방적으로 명나라에 쪽에 선 인조반정의 소요와 국제적 안목부재가 원인이 된다. 100년 전의 망국의 아픔과 6·25동란의 비극 등도 갈가리 찢어진 내부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엄혹한 국제 질서를 등한시한 결과이다. 모두가 내부로 향한 갈등 때문에 외부의 낌새를 모르고, 아니 알고도 내부의 싸움을 그칠 수가 없었던 것이니 ‘내우외환’ 그 자체이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나라가 흥하려면 각계각층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나와야 하지만 망하려면 한 두 명이면 족하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가 북핵에만 몰두하고 국론이 분열 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해군력을 증강하고 미국을 앞서기 위한 무기체계를 계속 발천시켜 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적인 전쟁은 언제나 해군력이 강한 나라로 부터 시작되었다. 지금 일본은 영국과 또 다시 동맹을 맺고자 성공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의 동맹은 엄청난 역사적인 결과를 가지고 있다.

청일전쟁에 이기고도 실익을 러시아에 빼앗긴 일본의 조야는 분노의 불길에 휩싸인다. 장교 100명이 집단자살을 하고 많은 국민들도 자결하며 울부짖었다. 그때부터 일본 국정의 케치프레이즈는 ‘와신상담’이 된다. 결국 10년 만에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그 동력이 바로 영일동맹이다. 당시 영일 동맹조약 체결을 두고 ‘두꺼비와 달님의 결혼’이라고까지 회자 될 정도로 외교의 기적으로 평가되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일본 외교가의 뜨거운 노력이 얼마나 치열했겠는가! 그들의 노력에 존경심마저 든다. 이에 비하여 당시나 지금, 우리의 외교적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고 느리고 근시안적이어서 마치 ‘자해 극’을 보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몸으로 익혀온 필부들의 가슴이 타고 한숨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더구나 필부들에게도 국가흥망의 책임이 있다는 회초리 같은 말씀이니 근심과 한숨은 나날이 깊어만 간다. 그래도 다음의 말씀 또한 가슴에 담아 힘을 내어본다.

그렇다. 우리가 비록 한갓 이름 없는 국민이지만 ‘자유국민의 의지’는 금석도 가를 수 없고 천둥번개도 깨뜨릴 수 없다. 한 방울 한 방울 모인 빗물이 거대한 강물을 이루어 거침없이 흘러가듯 지금, 여기가 바로 역사가 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보고 겪어왔다. 크게 숨을 내쉬고 가슴 펴고 당당하게 연말을 맞이하자. 다시 못 올 너무나도 귀중한 지금, 여기가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