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율의 詩 산책-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김지율의 詩 산책-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09 18:41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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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시인·경상대 강사

김지율/시인·경상대 강사-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삶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신철규, ‘눈물의 중력’)

얼마 전, 한 학생이 눈물에 대한 시 한 편 소개해 달라고 해서 이 시를 예기해 주었다. 다음 시간 그 학생은 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해서, 읽고 난 뒤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었다. 아주 슬픈 시인 것 같고, 너무 무거워 엎드려 울 수밖에 없는 눈물은 어떤 눈물일까를 잠시 고민했다고 했다.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라는 시인의 첫 시집에 있는 이 시는 슬픔과 눈물의 숭고함이 귀하게 느껴지는 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한 사람이 평생 흘리는 눈물은 약 70리터라고 한다. 슬픔이나 기쁨, 분노 등의 격한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때 눈물샘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액체를 우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눈물은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상징하는데, 단테는 ‘Devil never cry'라고 했고, 떨어진 한 방울의 눈물로 다시 살아나는 동화 속 많은 주인공들도 있다.

이 시에는 엎드려 울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가 엎드려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하더라도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게 두 손으로 받으며 울고 있다는 묘사에서 우리는 시를 넘어 또 다른 차원의 의미와 태도를 느낄 수 있다. ‘바닥모를 눈물이 눈부셔 온몸이 허물어질 때’ 무너지는 감정을 억누르며 시인은 말한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고.

‘눈물의 중력’ 그것은 ‘지구만큼’ 커다랗고 어떤 말로도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말하는 것일 텐데, 더군다나 그것이 타인의 것을 경우 우리는 그가 느끼는 만큼 똑같이 느낄 수 없다. 그럼에도 시는 그것을 같이 느끼게 하고 같이 아파하게 한다. 시를 읽다가 어떤 한 행에서 잠시 생각하고 고민했다면, 설령 그것이 설명되거나 위로가 되지 않더라도 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또 다른 인식을 갖게 하고 동참하게 한다.

지난 몇 년간, 울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을 보고 같이 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세상이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가는 ‘한 삶’과 그들을 증언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눈물’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끌어안고 혼자 울고 있는 시인과 시들을 계속 읽어야 할 같다. 가령, ‘하루 종일 벽을 따라 걸었다/ 나는 모서리에 자주 부딪쳤고 그때마다 벽은 피를 흘렸다’ (‘어둠의 진화’)같은 구절에 잠시 쉬거나, 밑줄을 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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