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있다 보니
대학에 있다 보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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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규/경상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최근 두 가지 대학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하나는 정치권에서 제기되어 지금 한창 불이 붙고 있는 반값등록금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대 총학생회가 대학본부를 점거하면서 제기한 법인화 반대 문제이다.

반값등록금은 대학생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젊은이 대부분의 공통된 문제로 빠르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정치권은 오히려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만만찮은 반론 때문에 적정등록금으로 슬그머니 발뺌을 하고 있다. 아마도 반론의 핵심은 반값등록금 지원은 대학 같지도 않는, 아니 대학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대학의 수명 연장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는가일 것이다.

이런 문제의 발단은 지금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대학의 현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누구나 다 대학을 진학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서 우리사회에서 사람대접 제대로 받기 어렵다는 것이고, 둘째, 대학을 졸업하여도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기는 정말 어려운 청년실업문제이다. 이 판에 대학졸업장을 따려고 수많은 젊은이가 등록금 마련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도대체 취업도 제대로 못하는 졸업장을 따려고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되어버렸다.

첫 번째 지적된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누적되어 온 학벌만능주의가 만들어낸 문제로 겉으로만 아무리 치유하려 해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문계고교이니 마이스터고교이니 아무리 떠들어 보았자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아마도 고졸자나 대졸자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 지적 즉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학 스스로도 반성하여야 할 점은 많을 것이다.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보편화된 대학교육이라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편화된 대학교육이라고 하더라도 대학은 본질적으로 지켜야 할 본연의 모습이 있다. 즉 대학교육을 통해서 과학과 학문의 발달에 도모하여야 하는데, 결국은 이것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학 교육은 상상력을 북돋아 주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정신을 길러 주어야 한다. 비록 이런 교육이 당장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결국 대학을 졸업하여도 제대로 취업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학만의 귀책사유이기보다, 너나 할 것 없이 졸업장이 필요해 진학한 대학에서 취업위주의 교육만이 아닌 어쩌면 본연의 대학 교육을 받다보니 생겨난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학이 아니라 기술학원에 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가는 것은 첫 번째 지적 때문일 것이다.

사실 대학본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대학의 자율일 텐데 서울대학교의 법인화, 먼저 시작한 일본 대학의 법인화를 보고 있으면 과연 이것이 대학의 자율화에 기여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대학에 필요한 자율을 줄 테니 대학이 스스로 벌어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라는 것이 법인화의 본질이었다. 대학의 기능이 돈 버는 일에만 있지 않는 이상 향후 획기적인 이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립대학으로서는 재정을 학생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향후 등록금 인상이 또 불을 보듯 뻔하다. 재정문제가 아니라면 교육법 개정으로 대학의 자율을 증진시키면 될 일이다.

반값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어쨌든 향후 대학에 대한 지원금은 크게 늘여야 할 것이다. 한 쪽에서는 대학에 대한 지원 그것도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자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반값등록금 해결을 위해 전체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니 우리 교육정책이 뭔가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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