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혼자, 우리 모두 싫죠!
아침을 열며-혼자, 우리 모두 싫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11 19:01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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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혼자, 우리 모두 싫죠!


사실 혼자서 외롭게 사는 건 우리 모두 싫다. 혼자서 사는 대개의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그리 사는 것이지 좋아서 사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참 안타까운 말이다. 옛말에도 ‘이유없는 무덤 없다’고 했다. 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리 혼자 사는 일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안타까워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도 어른된 도리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몇 마디 해볼까 한다. 혹여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더 결혼하기 싫어지면 어쩌나 해서 조심스러운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결국 우리 부모 세대가 자식들을 잘못 키운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먼저 해본다. “자식의 기를 죽이지 마라, 남의 자식 잘 되면 뭐하나 내 자식이 최고지”라고 어르고 달래며 우리는 자식을 키웠다. 게다가 이웃에 형편이 더 안 좋고 좋은 집의 아이를 손가락질 하며 “쟤랑은 놀지 말어, 쟤랑은 놀아도 되겠네, 어쩌고 저쩌고…”하며 애시부터 편을 갈라댔다. 얼핏 그것이 맞는성 싶었다. 그래야 그 얼어죽을 ‘비젼’이라는 게 따라올 줄 알았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비젼이 따라온 게 아니라 이기성이라는 귀신이 따라 붙었다. 한번 붙으면 끝장을 보는 병이다.

이놈의 ‘이기성 귀신’은 한번 내 인생에 곁들이면 떨어질 줄 모른다. 끈질기다. 결국 인생을 망치고 만다. 그것이 몸속으로 퍼지는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특히 어릴 때부터 습관들였거나 부모의 이기성을 물려받으면 정말이지 고질적이다. 이기적인 부모가 아이를 낳고 이기적인 아이로 키운다. 이기적으로 성장한 아이는 결혼에 따르는 크고 작은 노고를 생각하며 미리 겁먹고 미리 짜증을 내며 결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건 아닐까 한다. 결혼을 하고 상대 성격에 나를 맞추고 상대를 내 성격에 맞추고 아이를 키우고 하는 일들이 힘든 면이 분명히 있다.

물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면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긴 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전형적인 서민 동네인데 똑같이 예쁜 두 젊은 새댁이 사는 모습에서는 확연히 대비된다. 한 젊은 새댁은 아이를 한 사람만 낳고 “힘들다”며 불임수술을 해버렸다. 그 아이는 벌써 돌아오는 3월이면 오학년이 될 것인데 새댁은 별 다른 돈벌이도 힘들다며 하지 않고 집안에서 대부분의 날들을 ‘방콕’ 중이다. 어쩌다 슬그미 새댁의 남편에게 새댁에 대해 말해보면 “게을러 터졌어요”라고 말하며 투덜댄다. 또 한 새댁은 아이를 둘을 낳고 아이를 키우는 짬짬이 공부해서 운전면허를 땄다. 이에 착한 남편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차를 장만해 주었다. 아주 예쁜 빨간 차인데 나도 몇 번 얻어 탔다. 차에는 언제나 아이 둘이 함께 타고 있는데 “안뇽하때요” 하고 둘이 한꺼번에 인사하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이 둘 키우기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그녀는 대답한다. “힘들어요, 아주 힘들어요. 그렇지만 너무 너무 귀여워요”라며 까르르 웃는다. 그녀는 아이들보다 더 사랑스럽다. 아이들 아빠도 어쩌다 작은 부탁이라도 하면 아 예예, 하며 싱글벙글이다. 저러니 저렇게 상냥하고 예쁜 마누라를 얻었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침 정부에서도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출산과 결혼 장려의 정책 방향을 틀었다. 그러면서도 ‘삶의 질 향상은 정부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며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호응을 호소했다. 그렇다. 이런 일이야말로 정부 혼자서는 우리의 삶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 부모가 나서야 한다. 취학전 아동과 취학기 자식을 둔 부모와 결혼적령기의 자식을 둔 부모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제 ‘나중심적’ 먹고 사는 것보다 ‘우리중심적’ 먹고 사는 걸 가르치고 몸에 익혀주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내 자식이 행복하고 남의 자식도 행복하고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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