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61-행복이라는 말에 갇힌 ‘행복’
도민칼럼-지리산향기61-행복이라는 말에 갇힌 ‘행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12.25 13:42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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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행복이라는 말에 갇힌 ‘행복’


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을 한 지가 횟수로 10년 2019년에는 만10년이 된다. 2009년 지리산학교로 시작해서 2011년 각 지역 학교가 생기면서 제일 처음 문을 연 하동지리산학교 그리고 남원함양지리산학교, 구례지리산학교 등 전국에서 오는 지리산행복학교(지리산학교)로 나뉘어 각각 수업을 하고 있다. 남원함양만 제외하고는 학생 수와 상관없이 수업을 잘하고 있다. 재능 나눔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많은 교사들의 봉사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내가 속한 지리산행복학교(지리산학교)의 연보를 얼마 전 쓰면서 지난 십년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을 본다. 그리고 교무처장으로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그곳에 가면 행복한가요?” 그러면 나는 “행복하고 싶어 오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불행한 이들만 오는 곳은 아닙니다. 이미 행복하시다면 그 행복의 기운을 좀 나눠 주십시오!” 하고 말하던 것을 떠올린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오다보니 정말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온다. 그냥 오는 경우는 예상보다 더 큰 즐거움을 가져가고 기대를 가지고 오는 경우는 실망을 가져가기도 한다. 가끔 농촌 사람들을 울리는 이들이 다녀가기도 하고 한번 두 번 오다가 아예 집을 얻어 눌러 사는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결국 행복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아채고 찾아가는 길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 행복은 단순한 즐거움인가? 왜 우리는 그 말에 집착하는가? 행복하지 않으면 모두 불행한 것인가? 나는 오래도록 행복이라는 단어에 갇혀있었다.

2004년 도법, 수경스님과 이원규 시인이 생명평화에 대한 담론을 가지고 3인행 탁발순례를 떠났었다. 그때 이원규 시인이 구례 우두성 선생님을 만나 제안한 것이 지리산문화학교였다. 이 시인이 순례를 마치고 오면 더 진행해 나가려고 했지만 미뤄졌고 후에 악양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해 지리산학교를 열었다. 중심은 지리산이었다. 지리산이 주는 상징성, 지리산이 주는 울림이 더 큰 화두였다. 그러다 팩션이라는 형식으로 공지영 작가가 쓰고 이원규 시인이 사진을 제공하여 지리산행복학교라는 책이 나왔다. 2011년 지리산학교가 각각의 지역학교로 나뉘면서 전국에서 오는 학생들과 지역 학생들 일부는 지리산행복학교&지리산학교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그 후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다. 지리산보다는 행복이 더 큰 화두가 된 것이다. 마치 지리산에 사는 우리는 모두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처럼 갇혀버렸다. 행복이라는 말처럼 상대적인 말이 없다. 그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야 얻을 수 있는 말이다. 철학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자기 위주로 세상을 바라보면 결코 가질 수 없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지리산은 상처의 산이었지만 어머니의 산이었다. 지리산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화합과 상생을 떠올린다. 도시와는 달리 자연이 살아있는 곳, 요란하지 않고 고요한 곳, 경쟁하지 않고 어울리는 곳, 대등하게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는 곳, 그 지리산의 문화와 그 문화를 예술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첫 모습으로 가려 한다. 그리하여 행복은 덤으로 자기 자신에게 십일조를 내는 사람들이 각자 가져가면 되는 것이다.

10년을 넘기며 우리는 지리산행복학교를 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로 명명한다. 이제 좀 더 지역민과 함께 하기 위하여 2018년 한옥짓기반은 집수리반으로 바꿔 지역에 사는 독거노인이나 한 부모 자녀가 사는 집수리를 돕기로 했다. 실용음악반은 하모니카와 기타를 가르치고 하루면 마감되는 걷기반, 자신의 집을 꾸미고 공간예술을 배우는 인테리어 디자인반, 아웃도어를 즐기는 본격 아웃도어 캠핑반, 풍경사진반, 커피반, 그림(회화)반, 어른놀이반, 전통요리반, 생태문화여행반, 시극반, 산야초반 등등 지리산의 정신인 어머니의 마음을 나누기 위하여 함께 하려고 한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십년이면 다시 초심을 다잡아 가야할 때 그동안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나의 시간 <나답게 산다>와 같이 우리 학교는 지리산답게 지리산문화예술학교로 거듭난다. 이제 진짜 지리산을 만나러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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