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강남훈 칼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02 19:1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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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부사장ㆍ주필
 

강남훈/부사장ㆍ주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정수행지지율 조사 결과였다. 취임 초 80%를 웃도는 지지율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서는 지지율이 70%는 넘는 고공행진을 했다. 지지율이 너무 높아 여권에서는 ‘표정관리’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표된 조사결과를 보면,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다.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속내는 편치 않았다.

조사시기,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리얼미터가 발표한 12월 마지막 주(24~28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은 긍정평가가 45.9, 부정평가가 49.7%였다. 주초인 24,26일 조사에선 긍정평가가 43.8, 부정평가가 51.6%를 기록, 부정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12월 3주차 한국겔럽의 조사에서도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보다 많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왜 곤두박질 쳤을까?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 기재부 신재민 전 사무관의 잇따른 폭로 등도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민생경제의 파탄’ 때문이라 생각된다. ‘2019년 국민의 소망’ 조사(YTN의뢰, 리얼미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43.2%가 민생경제 회복을 1순위로 응답한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여기다 청년일자리 문제 등 실업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대학 졸업생 57만명(2017년말 기준)을 전수조사 했더니 취업률이 전년(67.7%)보다 1.5% 포인트 낮아진 66.2%에 그쳤다. 취업률이 67%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서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9%(청년실업자 33만 9000명)였다. 체감실업률은 21.6%로 2015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고용절벽’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정부는 새해 경제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민간경제단체의 전망은 다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등은 정부 발표보다 낮은 2.5%로 전망했다.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인상, 기업의 액소더스(exodus, 대탈출)현상 가속 가능성 등을 올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로 꼽았다. 우리 경제의 위험요소인 ‘미중무역분쟁’도 도사리고 있고, 고용부진 또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새해경제 전망을 요약해 보면 매우 비관적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얼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 달라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세종실록>에는 왕의 역할과 백성에 대한 인식이 잘 나타나 있다. “임금으로 있으면서 백성이 굶어 죽는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조세를 징수하는 것은 진실로 차마 못할 일이다.…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세종은 백성들과 생생지락(生生之樂)을 함께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1992년 미국 대선은 걸프전 승리의 영웅이었던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의 승리가 유력했다. 그의 지지율은 한때 90%까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이때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 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결과는 빌 클린턴의 대 역전승이었다. 그가 내건 ‘경제’라는 비장의 카드가 미국 국민들의 표심(票心)을 움직인 것이다. 새해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남북관계 현안들이 많다.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다. 그러나 이들에 목메기보다 ‘민생경제 회복’에 올인 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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