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62-100년 전의 향기
도민칼럼-지리산향기62-100년 전의 향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07 15: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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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100년 전의 향기

양력으로 1월 1일 매화가 핀 것을 지리산 살이 16년 만에 처음 보았다. 근방에 있는 모처에 가서 복수초까지 피어있는 것을 보니 더 놀라웠다. 1월 1일 추위가 한창일 이즈음 꽃들이 피어나다니! 물론 꽃을 가장 먼저 피워 올리는 섬진강변 마을의 소학정 매화이기는 해도 한두 송이 핀 것도 본적이 없는데 절반이나 활짝 핀 모습은 처음이었다. 시골에 살아보니 모든 생명은 달의 기운인 음력으로 피고 진다는 것을 알았다. 동지 지나자마자 꽃들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이상기온 탓으로 돌리기보다 상서로운 기운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내 욕심일까?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기에 우리 민족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홀로 즐거워하다 나누고 싶어 알린다.

일요일 밤이면 KBS1에서 역사저널 <그날>을 하는데 일제강점기 만행이야 숱하지만 일본인과 조선인 함께 죄를 지어도 일본인은 풀어주고 조선인은 태형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라를 잃은 설움이 그런 것이라는 생각에 화가 나고 애가 끓었다. 나 어릴 때 우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했던 말, 출연자 류근 시인도 기억하는 말 ‘순사 온다!’ 60년대 말에 태어나서 그 시기를 겪지 않았지만 그 말을 하던 할머니의 겁먹은 목소리! 그게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아느냐는 그 목소리! 우리는 그렇게 일제에 억눌려 35년을 살았다.

반만년 역사의 권위에 의거하여 독립을 선언한다는 기미독립선언서의 글자 하나하나는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읽기만 해도 가슴 뭉클한데 거기에 참여한 33인 가운데에서는 변절자가 여럿 속출했다. 앞서 2.8독립선언서를 적성해 기미독립선언문이 나오도록 길을 열어준데 큰 공로를 한 춘원 이광수는 후에 일본의 대동아전쟁을 지원하는 글을 써서 우리 민족의 젊은이들을 사지로 이끌기도 했으니 사람이 한결같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정주 시인이 고백한 ‘일본이 그리 쉽게 질 줄 몰랐다’는 말은 거시적인 안목 이전에 시류에 의하여 자신의 주관이 바뀌는 이들이 어찌 글을 쓰고 대중을 선도하는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비판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다시 그런 역사가 오는 것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해, 새날이 밝았다. 벽두부터 독도 인근에서 벌어지는 일본 초계기 저공비행으로 일본이 연일 우리를 향하여 비난을 하고 있다. 무기를 장착한 공군기가 해상 150미터로 날아 접근했다면 레이저 발사여부를 떠나서 당연히 근거리에 있으니 잡힐 것이다. 우리가 레이저를 발사했다고 쳐도 일본이 먼저 저공비행을 했으니 사실 따질 거리가 못된다. 공동어로수역에 북한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한 시비를 거는 것이라 해도 표류하는 선박에 대한 인도적인 구조 차원에서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아베 정권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외부의 적으로 내부를 결속하자는 위기 때마다 그들이 들고 나오는 전략이 아닐까 싶은데 이준익 감독이 만든 사실적인 영화 <박열>을 보아도 아는 것처럼 1923년 관동대지진학살 때 그들이 보여준 조선인 학살도 그랬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도 평화주의자여서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 우리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니 잘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평화는 일방적인 노력에 의하여 가져갈 수 없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니 우리가 일본에 더럽고 치사해도 굽힐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에 그 옛날 우리가 그들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국민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아직도 일왕의 파티를 서울 시내 한복판 호텔에서 버젓이 하고 그 초대에 응하여 간 나경원이 자한당의 원내대표를 하는 현실, 북한보다는 일본과 더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이들이 있는 한 우리가 또다시 일본에 먹히지 말란 법이 없다. 반만년의 역사도 35년 지배로 아직도 일본의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사는 게 현실이다. 위안부피해당사자들이 살아있고 군함도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강제노역하다 보상도 못 받고 죽어간 이들이 있다.

우리에게 이제 희망은 남북한의 교류밖에 없다. 경제적인 교류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이 지구상에 통역이 없어도 말이 통하는 나라, 정서가 통하는 나라, 국가의 체제는 정치적 이념적으로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민족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민족끼리만 소통하고 다른 민족은 배척하자는 소리가 아니다. 우리의 중심이 설 때 ‘함께’ 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곧 열릴 황금돼지해 1월1일에 핀 매화처럼 3.1운동 정신을 살려 향기 가득한 날이 이어지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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