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다시 도올을 듣다
아침을 열며-다시 도올을 듣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08 18: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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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다시 도올을 듣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을 TV에서나마 모처럼 만났다. 여전히 멋있고 여전히 존경스럽고…한 마디로 대단한 선생님이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드는데 가장 무겁게 기여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인 것은 명백하다. 살면서 어려운 일에 봉착했을 때 도올 선생님을 생각하면 왠지 희망이 생긴다. 특히 학문적으로 막힘이 올 때 그를 떠올리면 곧 돌파구가 빼꼼이 보이는 것이다. 그 순간의 짜릿함이랄까 스릴 같은 것이 바로 인생의 묘미 아닐까. 아무튼 도올은 이 나라의 산소 같은 남자다. 그와 함께라면 인생은 유쾌다.

도올을 말할 때 논어를 빼놓을 수가 없고 논어를 말할 때 공자를 떼어낼 수 없다. 그날도 도올은 논어의 주인공 공자를 말했다. 공자가 살던 나라에서 박해를 받아 제자 몇 명과 정처없는 여행길에 올랐다. 하루는 지친 몸을 쉬고자 볕바른 논두렁에 앉아서 제자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중 공자는 인생이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인생은 노인을 공경하고, 친구에겐 믿음을 주고, 후배들은 품어주는 것이다’하고 깨닫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면서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은 노인(선배) 아니면, 친구(동년배), 아니면 아랫사람(후배)다. 이 세 부류와의 관계가 인생이다.

흑자는 그럼 가족운 뭐야? 하고 뚱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겠다. 가족이야말로 부모와 자식, 언니 형과 아우로 위의 세 부류에 적당히 포함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내키지 않으면 알아서 어찌어찌 하든가 말든가. 어쨌든 공자가 노인을 공경하라는 말을 먼저 곱씹어보자. 나이가 많을수록 이거야말로 잘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보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총기마저도 늙은 것으로 얼핏 착각하게 된다. 늙은이가 그렇지 뭐, 하는 아주 건방진 심보가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되고 이 풍진 세상 늙어가는 것만으로도 대접받아야 한다.

친구에게 믿음을 주는 일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친구에게 믿음을 주지 않으면 친구가 남아나질 않는다. 그런데 공자가 이렇게 천박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닐 것이다. 말은 믿음을 준다고 했지만 이것 역시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마치 사랑하기가 쉽고도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믿음을 주는 것 역시 사랑하기와 똑 같은 갈래다. 친구를 많이 갖고 싶은가? 그러면 이러면 어떨까 싶다. 그 친구를 상대할 때 그 친구가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뭔지, 지금 가장 힘겨워하는 일이 뭔지 알고 공유한다면 서로 믿음직한 우정이 깃들지 않을까.

후배를 품어주는 일은 일견 재미있는 일이다. 그중 쉬운 일로 보일 수 있다. 후배는 우선 귀엽고 상대적으로 부려먹기도(?) 쉽다. 그러나 나이만 많다고 마구 품으려고 했다간 정신감정 의뢰를 제안 받을 수도 있다. 품어줄 품이 있어야 한다. 후배를 품어줄 품이라는 것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공력이 들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학문적으로 너른 품을 만들려면 오랜 세월 학문을 갈고 닦아야 할 테고, 경제적인 그것을 만들기란 더 지난한 남모르는 세월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뭐라고 애쓰지 않아도 내 존재 자체가 후배들에게 품이 되고 그늘이 되는 인생, 멋지네!!!

문제는 위의 세 가지가 바로 인생이라면 그 주최자, 즉 나도 그 일을 행하면서 즐거워야 한다. 공경 받고 믿음 받고 귀염 받는 저들만 기분이 찢어지고 나만 고역이라면 ‘죽고말지 왜 살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인데. 어떡해야 하나. 우선 욕심부리지 말자. 내 부모부터 챙기면 어떨까. 그들도 많이 부족했지만 자식 위해 얼마나 애썼던지, 친구도 소대 중대로 욕심내지 말고 마음 맞는 친구 한 두 사람이라도 서로 위로가 되면 된다. 후배도 마찬가지다. 자식은 물론이고 후배들이 정말로 올바르고 성공하도록 말이라도 격려하면 된다. 인생, 함께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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