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도(道)가 깊어지면 예지(叡智)도 깨어난다(Ⅰ)
칼럼-도(道)가 깊어지면 예지(叡智)도 깨어난다(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14 18:2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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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도(道)가 깊어지면 예지(叡智)도 깨어난다(Ⅰ)


오늘부터 5회에 걸쳐 예지에 대해 고찰(考察)해 보기로 한다. 부처님께서는 기원전 479년 겨울, 인도 바이샬리 지방에 흩어져 있는 수행승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다음과 같은 유언을 했다. “나는 지금부터 석 달 후에 입멸(入滅)할 것이다” 부처님은 그 예언대로 그로부터 3개월 후에 입적했다. 일본 막부(幕府)시대 중엽에 유명한 고승 백은선사(白隱禪師)는 1768년 12월 7일 주치의가 맥을 짚고 “이상 없습니다”라고 진단을 내리자 다음과 같이 말하며 크게 웃었다고 한다. “3일 후에 죽을 사람의 죽음을 예견치 못하는 것을 보면 당신도 명의(名醫)는 아니구먼!”과연 3일 후 12월 10일 여든네 살의 고승 백은선사는 뒷일을 제자들에게 맡기고 11일 새벽잠에서 깨면서 “음!”하고 대성(大聲)을 내며 입적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중화인민공화국의 제1대 주석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은 죽기 10개월 전인 1975년 12월 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대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다. “저는 곧 상제(上帝)를 만나러 갑니다.”이처럼 자기분야에 도(道)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예지 능력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새나 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 동물들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 것을 미리 알아 움직인다. 개미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장마가 올 것을 예측할 수 있고, 낮은 곳으로 가면 심한 가뭄이 든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까치가 집을 지을 때 남쪽으로 입구를 내면 북풍이 강하게 불 것이고, 북쪽으로 입구를 내면 남풍이 강하게 불 것이라는 예고이다.

이렇게 날짐승이나 동물들도 예지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예지 본능이야 어떠하겠는가? 자연의 섭리는 이토록 모든 생명체에게 예시라는가 예감, 예지 본능을 부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예지 본능은 계발하면 할수록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지식의 영향이나 학문적 성과나 정보를 통해서 어떤 예감 같은 것이 인간에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6·25 동란이 얼어나기 1년 전인 1949년, 강원도 오대산에 한말(韓末)이래 가장 존경받던 고승 한암(漢岩:1876~1951)과 제자 탄허(呑虛: 1913~1983)스님이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개미떼가 자기들끼리 싸움을 해서 법당과 중대 뜰에 수백 마리씩 죽어있는 것을 보고 두 스님께서는 난(亂)이 닥쳐올 것을 예감했다고 한다.

‘남북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지겠구나!’하늘은 하늘의 상(象)을 보이고, 땅은 땅의 상을 보이고, 꼭 사람의 상만 보는 것이 관상이 아니다. 짐승들도 지진을 예지하는데, 하물며 그런 큰 난리는 다 미리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탄허 스님께서는 그동안 공부를 통하여 얻은 역학(易學)원리로 분석해 보니 곧 난이 일어날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일단 어려운 상황을 피하자는 생각이었다. 탄허 스님께서는 스승인 한암 스님께 간청했다.

“스님, 오대산을 떠나 남행(南行)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양산 통도사 백련암으로 가서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려라” 하여 탄허 스님은 남쪽으로 길을 떠나고 머뭇거리던 한암 스님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오대산에서 6·25 동란을 겪으셨다. 그때 상원사를 불태우려고 군인들이 들이닥쳤는데, 한암 스님은 가사 장삼을 갖춰 입고 법당에 의연히 앉아 그대로 나도 함께 태우라고 버티자 노승의 의연함에 감탄한 군인들이 차마 불태우지 못하고 떠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스님 때문에 오대산 상원사는 지금까지도 건재하다.

우리 조상들 중에는 큰 국난이 닥쳐올 것을 예견한 선지자가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금도 해가 바뀌면 일 년의 운세를 알아보는 ‘토정비결(土亭秘訣)’로 유명한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 1517~1578)이나 예언서 ‘격암유록(格菴遺錄)’을 남긴 남사고(南師古:1509~1571)와 같은 철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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