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부사장ㆍ주필
강남훈/부사장ㆍ주필-정치인 황교안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자연인 황교안’에서 ‘정치인 황교안’으로 변신했다. 그의 입당을 두고 정치권에선 오는 2월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보수층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였던 그가 입당을 선택함으로써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는 판이 커지게 됐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입당기자회견에서 “나라가 총체적 난국인데 현 정부는 ‘적폐(積幣)몰이’만 하고 있다”, “정권과 맞서 싸우는 강한 야당이 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하는 등 현 정권과 날을 세웠다. 하지만 쏟아진 ‘박근혜 정부 책임론’ 등에 대해서는 “통합”, “국민통합”이란 원론적인 입장만 수차례 되풀이 했다.
그의 등판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권시절 국정농단의 책임자라고 규정하고, 황 전 총리의 사과와 함께 한국당을 ‘도로 친박당’으로 몰아세웠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도 그의 정치권 진입을 “바람직하지 않다”, “탄핵정당, 친박정당으로 회귀했다”고 했다. 한국당내 당권주자들도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대선주자가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는 등의 견제구를 날렸다.
황 전 총리가 정치적으로 성공을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 책임론과 탄핵과정에서의 행보, 보수 세력의 희망으로 과연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그릇’이 되느냐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 잔뼈가 굵은 황 전 총리는 입당기자회견 때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 한 채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지나갔다.
하지만 그가 ‘보수 세력의 희망’으로 주목받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만이 내세울 수 있는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나 정치적 수사학(修辭學, rhetoric), 근성(根性) 등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를 따라 다녔던 ‘범생이’ 같은 이미지만으로는 그를 갈구(?)하는 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도 세련되고 품격이 있는 ‘한방’이 있어야 ‘깜’이 된다는 소리를 듣는 곳이 정치판이다. ‘정치 불신은 표현의 빈곤 탓이다’라고 했다.
그가 비록 이제 갓 한국당에 입당한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정치권에 발을 디뎌 놓은 이상 이런 것들은 ‘넘어야 할 산이요, 건너야 할 강’이다. 정치판은 갖출 때까지 기다리는 너그러운 곳이 아니다. “국민께서 바라는 점을 충분히 잘 듣고 그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는 어정쩡한 레토릭으로는 그를 둘러싼 큰 산을 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장외(場外)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쓸쓸히 퇴장했다. 가까이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랬고, 고건, 정운찬 전 총리 등도 중도 하차했다. 이들이 왜 실패했을까? ‘정치인 황교안’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