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도(道)가 깊어지면 예지(叡智)도 깨어난다(Ⅱ)
칼럼-도(道)가 깊어지면 예지(叡智)도 깨어난다(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21 19:0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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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도(道)가 깊어지면 예지(叡智)도 깨어난다(Ⅱ)


남사고(南師古: 1509~1571)는 강원도 태생으로 풍수·천문·복서(卜筮)·상법(相法) 할 것 없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법을 모두 통달한 사람이었다. 그가 예견한 내용 중 맞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명종 말년에 그는 다음과 같은 예언을 했다. ‘머지않아 조정에는 당파가 생기겠고, 또 오래지 않아 왜변(倭變)이 일어나리라. 그런데 만약 진년(辰年)에 일어나면 오히려 구할 길이 있지만 사년(巳年)에 일어나면 구하기 어려우리라. 사직동에 왕기(王氣)가 있으니, 마땅히 나라를 태평케 할 임금이 거기서 나오리라’ 남사고의 예언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조정에는 을해(乙亥)년부터 당파가 생겼고, 왜란은 임진(壬辰)년에 일어났으며, 조선 제14대 왕 선조는 사직동 잠저(潛邸)에서 들어와 대통(大統)을 이었던 것이다.

선조 때 화의파(和議派)로서 영의정이었던 유성룡보다 앞서 영의정을 지낸 동고(東皐)대감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왜란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 하야(下野)했다. 토정 이지함과 교분이 두터웠는데, 그 자신도 역학(易學)등의 전통 학문에 밝아 왜란이 닥쳐올 것을 예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야 후에 동고대감은 자기 집 청지기 딸을 중매해서 어느 거지(異人)와 혼인을 시켰다. 동고대감이 그 거지를 눈여겨본 것은 자신의 유지(有志)을 친아들보다 더 잘 받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면서 두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했다. “내가 죽은 뒤에는 청지기 딸의 남편(異人)말에 무조건 따르라” 동고대감이 죽자 청지기 딸의 남편은 몇 차례에 걸쳐 동고대감의 두 아들에게 재산을 요구했다. 그들은 괘씸하게 여겼지만, 아버지의 유언을 어길 수 없어 전 재산을 대부분 내주었다. 그러나 그 재산을 어디에 쓰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이때 청지기 딸의 남편이 나타나 동고대감의 두 아들에게 말했다. “피난을 떠나시는 게 좋겠습니다”아버지의 유언이 떠올라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피난을 갔는데, 지금의 청송이었다. 그곳에 도착한 동고대감의 두 아들은 깜짝 놀랐다. 청지기 딸의 남편은 두 아들이 전에 기거하던 집과 똑 같은 집을 장만해 놓고, 전답도 똑같은 면적으로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이 일화에서 앞날을 내다본 동고대감의 예지력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닥쳐올 국란을 알면서도 국가와 백성을 위해 나라의 위기에 대처하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직 일종의 호신(護身)만을 염려하여 이와 같이 행동했다는 점이다. 그가 임금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는 지금 자하문 근처의 성벽에 비상구 하나를 더 만들어 선조가 그 문을 통하여 피난길에 오르도록 했던 것밖에 없었다. 이와는 대조적인 인물이 율곡(栗谷) 이이(李珥)다. 그는 십만양병설을 주장하다가 당쟁으로 쫓겨났다. 쫓겨났던 율곡선생은 임진강 연안에 정자를 지어 놓았다. 이 또한 앞날을 내다본 일이었다. 선조가 의주 피난길에 올랐을 당시 임진강 연안에 이르러 어둠 때문에 지척을 분간하지 못할 때 이 정자에 불을 질러 길을 밝히고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탄허(呑虛) 스님께서는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을 확대해 나가자, 「미국은 월남에서 망신만 당하고 물러나게 될 것이다. 역학의 원리로 보았을 때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역학의 오행으로 보더라도 베트남은 ‘이방(离方)’인 남쪽으로, 이것은 ‘화(火)’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태방(兌方)’으로 ‘금(金)’인데, ‘금’이 불(火)에 들어가면 녹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화극금(火克金)’의 원리다.」라고 예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금덩어리가 워낙 크다 보니 다 녹은 것이 아니지만 어쨌든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역학적으로 미국은 소녀(少女), 베트남은 중녀(中女)다. 두 나라가 음(陰)이어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미국의 국력이 아무리 막강하더라도 베트남전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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