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잘 익고 있습니까?
진주성-잘 익고 있습니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1.21 19:0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잘 익고 있습니까?


식당 가면 늘 하는 말이 “막걸리 있습니까?”라고 말한다. 그런데 막걸리가 있다면, “혹, 오래된 막걸리 있으면 부탁합니다”라고 말을 건넨다.

소주는 알코올 도수와 감미료 차이로 인해 맛에 다르지만,

막걸리도 도수와 재료의 차이에서 맛 차이가 나지만, 얼마큼 숙성되었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며칠 전 식당에서 버리려고 모아 둔 막걸리가 있다기에 웬 횡재냐 싶어 얼른 달라 하였다. 만든 지 1년 반이 넘었는데 원재료에 포함된 감미로운 감귤향이 살며시 올라오고, 높은 산도를 지녔지만 감칠맛과 복잡 다양한 맛이 고가의 고급 샴페인을 마셨을 보다 더 뛰어난 막걸리였다.

그 뒤 초산균 침범으로 과하게 발효되었는지 과도한 신맛으로 마시기 어려웠는데 네 번째 막걸리에서 처음 마신 훌륭한 막걸리를 맛을 찾게 되어 즐거운 저녁을 할 수 있었다.

‘일하기 싫고, 공부하기 싫고, 회사 그만 다니기 싫은데, 그냥 장사나 할까?’다.

그런데 그냥 장사나 하면,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그냥 망한다.

상권분석 1년, 인테리어 3개월, 6개월 가량 일을 배우고 장사를 할 수 있다지만, 맛을 깨닫고 아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커피를 내리면 초보이고, 커피 맛을 내리면 중수, 분위기를 내리면 고수다.

맛내기가 어려운 것은 당사자가 맛있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고 맛 볼 줄 몰라서다.

커피 하는 이가 오래된 막걸리의 청주를 즐기는 이유는 매일같이 변하는 막걸리 맛의 다양성 때문이다. 숙성된 막걸리 청주를 마시다 보면, 일본 사케 보다 섬세하고, 화이트 와인보다 더 풍부한 산미의 맛과 향의 다양성에 놀라게 되지만, 때로는 과도한 감미료로 인해 단맛만 나는 막걸리도 있고, 재료를 아껴서인지 물맛 같이 연한 맛의 막걸리를 접할 수 있다.

발효와 숙성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이 하는 일이다.

숙성하지 않고 맛과 향이 없는 술은 술이 아니라 알코올이다.

하수의 주당은 소주병의 개수를 자랑스러워 하지만, 진정한 주당은 감미로운 여운의 즐거움이 얼마나 오래 남았는지 이야기를 한다.

좋은 막걸리나 훌륭한 와인은 환경과 시간을 함께한 숙성을 통해 탄생된다.

사람도 마찬 가지다.

살아온 나이만큼 다양한 경험과 인내를 통한 숙성의 시간으로 잘 익은 사람은 언제나 만나도 반갑고 즐겁지만, 막걸리, 와인에 초산균이 침범되어 마실 수 없게 되는 것처럼 사람도 초산 같은 거친 말과 이기심,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잠시라도 같이 있기 힘들다.

스스로 삶이 곱게 숙성 되어 가는지 궁금하다면, 하루 자신의 대화에서 ‘참! 좋다’, ‘아름답다’, ‘고맙습니다’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면 지금의 인생 지금 잘 익어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