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가 형을 지켜줄 수 있어 기쁩니다”
“이젠 제가 형을 지켜줄 수 있어 기쁩니다”
  • 이경화 기자
  • 승인 2012.04.29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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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황진희씨 5년째 투병 중인 형에게 내달초 신장 이식

서른다섯의 신체 건강한 진주 총각 황진희<사진>씨는 내달 3일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180㎝를 조금 넘는 키에 마르지도 살찌지도 않은 건강한 체격의 청년이 왜 큰 수술을 앞두게 된 것일까.
당뇨 합병증으로 몇년째 신장이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두살 터울 형에게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희씨의 형은 5년째 신장병을 앓고 있다. 일주일에 세번씩이나 투석을 받아야 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병원비도 적지 않게 들어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희씨 가족을 힘들게 한 건 형이 받는 고통이었다.
1회 투석에 5시간이나 걸리지만 다니는 직장에 지장을 줄 수 없어 항상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투석을 받아야 했다.

또 투석을 해도 신장기능이 좋지 못하자 혈액에 독성물질이 쌓여 부작용이 심했다.
이런 형을 지켜봐온 진희씨는 신장 이식 말고는 별다는 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신장 이식을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

하지만 수술 결정 이후 기나긴 준비과정이 따랐다.
진희씨는 각종 검사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한달에 두세번 수술을 집도할 서울 삼성병원을 오르내렸고 최근에야 수술날짜가 잡혔다.

진희씨는 신장 이식 이후 형의 경과를 봐가며 한 차례 더 수술을 할 생각이다. 자신의 췌장 일부분을 형에게 이식하기 위해서다.
둘 뿐이어서인지 형제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우애가 깊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형제는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자주 다녀야 했고 그 덕에 유년기는 울산에서 보냈다.
새로운 동네로 터전을 옮길 때마다 낯선 진희씨를 경계하는 아이들로 인해 주먹다짐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그럴 때마다 형은 언제나 든든한 구세주였다.
“동네에서 아이들과 다투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형이 나타나 저를 도와주곤 했지요. 또 아버지는 직업상 출타가 잦아 형은 저에게 늘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제는 제가 형을 지켜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진희씨 가족은 진희씨가 중학교 다닐 무렵 진주에 정착했다. 진희씨는 현재 진주의 한 중학교 재단에서 일하고 있고 형도 진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형제는 30일 저녁 나란히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수술 전 입원을 위해서다.

진희씨는 “오랫만에 형과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면서 “형이 빨리 완쾌돼 다시 예전처럼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으면 좋겠다”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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