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정월 대보름
진주성-정월 대보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17 18:2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정월 대보름


내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쇠고 첫 보름인 이 날은 우리 민족 세시풍속 중에도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을 먹는 것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찹쌀과 검은콩·팥·차조·찰수수 등을 섞어 소금으로 간을 해 지은 잡곡밥은 훌륭한 종합 건강식품이다. 오곡밥에 각종 산나물을 곁들여 밥상에 올리면 명품 웰빙식단이 된다.

정월 대보름에는 땅콩이나 잣, 호두, 밤 등 부럼을 깨물며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또한 일 년 내내 기쁜 소식만 전해달라며 부녀자 애들 할 것 없이 귀밝이술(耳明酒)을 마신다. 한 해의 재난을 멀리 보낸다는 뜻에서 연날리기와 쥐불놀이를 하는가 하면, 더위팔기, 사자놀음, 고싸움, 햇불싸움, 놋다리밟기 등으로 하루를 즐기면서 풍요를 기원하면서 이웃과 정을 나누었다.

우리 조상들은 달은 무엇이든 드러내고 구분 짓는 해와 달리 은은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믿었다. 특히 환하고 둥근 보름달은 풍요와 다산 번영, 너그러움과 원만함, 넉넉함과 푸근함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정월 대보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뜨면 달집을 태우면서 액운을 좇고 소원을 빌었다. 말 없는 달이지만 모든 걸 들어주고 이뤄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사찰에서는 정월 대보름 기도를 올리고 생명을 살리는 방생법회로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정월 대보름은 3개월 동안거 정진을 회향하는 동안거 해제일이기도 하다. 세간에서 오곡밥과 나물로 한 해 건강을 기원하는 것처럼 3개월 정진으로 허약해진 체력을 보호하기 위해 해제일 스님들도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 공양으로 정진을 회향한다. 참선수행을 통해서 약해진 소화기관을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은 나물을 통해서 영양소를 받고 부럼, 땅콩이나 잣을 통해서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영양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특히 절에서는 복쌈이라고 해서 복을 싸서 먹는다는 뜻으로 김에 밥과 나물을 싸서 먹기도 한다. 김을 싸서 세 가지 이상의 나물들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하는데 영양식을 섭취해서 그 다음의 정진을 약속하는 의미이기도 하고 정진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채소 대신 비타민과 단백질 함량이 풍부한 김을 밥, 나물 등과 함께 먹으며 건강을 기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월 대보름은 세간에서도 중요한 세시풍습 이지만 불가에서도 뜻깊은 날인 것이다.

경기침체로 삶이 팍팍 하지만 이번 정월 대보름에는 보름달을 보면서 개인과 가정, 나라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 보자. 아울러 만월의 정월 대보름에 풍요로움을 이웃과 나누는 마음가짐으로 우리의 세시풍습을 맞이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