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축제(祝祭)의 계절, 그 빛과 그림자
시론-축제(祝祭)의 계절, 그 빛과 그림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17 18:2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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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문학박사·고성향토문화선양회 회장
 

박서영/문학박사·고성향토문화선양회 회장-축제(祝祭)의 계절, 그 빛과 그림자

입춘(立春)을 지나 내일이 우수(雨水)이다. 가만히 귀 기울이지 않아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이련만 ‘봄’은 살짝 누구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옷깃 속 파고들던 찬바람이 물러나서인가? 꽁꽁 얼었던 대지사이로 쏘옥 내미는 풀잎 향기 탓인가? 아니면 곁가지, 끝가지마다 돋아나는 새순들의 소리 없는 합창 때문인가?

봄은 향연(饗宴)의 계절이다. 산과 들, 파릇파릇 ‘색(色)의 잔치’가 펼쳐지고 강(江)도 바다도 물빛이 바뀐다. 아지랑이 피는 들녘, 솟구치는 종달새도 울음소리를 내던가? 먼 산 뻐꾸기, 푸드덕 날아오르는 앞산 기슭 장끼와 까투리, 동네어귀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참새 떼까지 봄이면 소리가 유난히 밝아진다. 굳이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소리 왈츠’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봄의 광장은 어디든 ‘소리의 경연장’으로 바뀐다.

그러나 우리의 삶 속, ‘봄’ 하면 역시 ‘축제의 계절’을 빼놓고 갈 수는 없다. 양산시 ‘원동 매화축제’와 합천군 ‘황매산 철쭉제’가 시작 되고 진해항, 쌍계사 벚꽃축제와 함께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튤립, 유채꽃에 야생화 까지…수없는 봄꽃 축제가 남도 경남은 물론 전국을 들뜨게 한다. 또 먹거리는 어떤가? 남해 ‘멸치 축제’, 통영 ‘한려수도 굴 축제’에 이어 미역, 과메기, 멍게, 새우, 고사리, 냉이, 두릎, 곰취, 미나리 등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온갖 먹거리에 골골 짝짝, 포구 마을마다 봄축제가 열리지 않는 곳이 없다.

축제의 홍수!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이제 축제왕국이자 축제대국이 된듯하다. 오랜 문화유산을 이어온 유럽의 각국들이 유서 깊은 카니발(Carnival), 페스티발(Festival) 등을 자랑하고 있고 가까이 이웃하고 있는 일본만 해도 얼마나 독특한 저들만의 ‘마츠리’ 문화를 뽐내고 있지 않은가. 19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이며 역사학자인 요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본성을 두고 ‘본래 사람은 유희하는(노는, 놀이를 즐기는) 존재’라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정의를 내린바 있다. 이렇듯 우리의 문화적 삶의 한 형태인 축제를 다양하고 다채롭게 만들고, 꾸며서 그 축제를 즐기는 현상을 두고 굳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시, 군) 간, 소규모 지역단위(구, 읍, 면, 마을) 간, 각종 문화단체 간 마치 경쟁하듯 만들어지고 있는 축제난립 풍조를 놓고 여기저기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파악한 전국 지역축제 수만도 886개, 이 중 경남은 58개였다. 올해는 66개로 늘었다. 물론 이 숫자에는 음악회나 미술제 등 순수예술행사와 단순 주민 위안 행사 등은 모두 제외된 것이다. 이런 소규모 지역축제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축제비용은 또 어떤가? 국비와 도비, 각 시·군·구 등 행정기관의 축제 지원금이 올 한해 경남도만 치더라도 327억 원에 이른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거나 독창성을 살리기는커녕 이중, 삼중 서로 충첩되거나 유사한 축제를 두고 이렇게 큰 비용만 쏟아 붓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당연히 나오게 마련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이 축제 등 문화행사를 직접 통제하거나 관장할 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문화현상은 물론 어떤 일에든 국가면 국가, 지역이면 지역 간 큰 그림·밑그림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화에 대한 기본 성찰과 미래에 대한 깊은 고뇌도 없이 중구난방, 급조됐다가 금방 소리 없이 소멸해 버리는 요즘의 축제문화 풍조는 어떻게든 눈이 밴 거름체의 세심한 선별과정이 필수적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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