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 무서버예~” 농담섞인 사투리 소싸움 재미
“저놈 무서버예~” 농담섞인 사투리 소싸움 재미
  • 한송학 기자/ 사진 이용규기자
  • 승인 2012.04.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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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토요상설 소싸움 경기장 만담꾼 강동길씨

▲ 진주 소싸움장 경력 8년의 소싸움 해설사 강동길씨.

진주 소싸움은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 기념 잔치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조선의 민속놀이로서 그 유래가 깊고 우리나라 소싸움 대회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진주시가 소싸움 대회의 명성을 되찾고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주 토요상설 소싸움 경기를 개최 하고 있다.
28일 진주 소싸움장에 경력 8년의 소싸움 해설사 강동길(52)씨를 만났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의 농담에 관중들의 폭소가 경기장 바깥까지 들려왔다.
강 해설사는 경기내내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소싸움의 해박한 지식과 소의 생김새와 특징들을 꼬집어 내어 관중들에게 설명하고 경기의 진행을 농담섞인 사투리로 잘 풀어내 재미를 증폭 시킨다.
소가 등을 보이고 도망가면 ‘아부지 가입시더... 그만 하고 싶습니더... 저놈 무서버 예’소가 주인을 쳐다보면 ‘아부지 가까요 마까요 확 들이 받아 뿌까요’라며 소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해설을 한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가 적으면 “와이라노 와이라노 이 양반들아 박수 소리가 작다. 이래서 재밌는 해설을 하것나. 오늘 관중이 이라몬 소도 재미가 없어서 멋진 경기를 안합니더”라고 관중을 질타해도 그의 구수한 입담에 즐거워한다. 요즘은 강 해설사를 보기 위해 오는 관중들도 많다고 한다.

▲ 진주시가 소싸움 대회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매주 토요일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소싸움 해설 특이한 직업이다.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소띠인 만큼 소와 인연이 깊은것 같다. 동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소 하나만큼은 예전부터 좋아했다. 8년 전 진주남강변에서 소싸움을 하던 때 시청에서 경품추천을 진행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날 경기장에서 소싸움 중계를 봤는데 ‘이거 한번 해 볼만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 몇일을 멘트를 연구하고 말을 만들어서 동네사람들 앞에서 한번 해봤는데 반응이 썩 괜찮더라. 이때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차고 해설을 하고 있다. 지금은 진주 소싸움 만큼은 자존심을 걸고 내가 지켜야 겠다는 생각이들어 열심히 하고 있다.
-병원홍보과장이 본업인데 병원일도 하고 행사도 다니고 바쁘지 않느냐
▲본업은 한일병원 홍보과장이다. 아침에는 병원에 출근을 한다. 오전 내내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고 홍보활동을 한다. 행사는 일주일에 4건 정도로 잡혀있다. 주로 서부경남의 행사가 많다. 경상도 사투리를 구수하고 재미있게 쓰다보니 그런것 같다. 행사가 한번에 몰려 바쁠때도 있지만 전국 어디든지 불러만 주면 달려간다.
-행사도 뛰고 해설사도 하는데 수입이 좋나
▲돈벌이는 아니다. 소싸움 사회를 수입을 보고 한다면 내일이라도 때려 치워야한다. 이렇게 벌어서 마누라한테 갖다주면 쫓겨난다. 소를 좋아하고 민속 소싸움을 지킨다는 각오로 잊혀져가는 고유의 민속경기라서 민속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이 일을 하는것이다. 행사장을 다닐때도 굳이 돈벌이로 하는건 아니지만 다른 사회자 보다 몸값이 2배이상 올라가더라. 내가 사회를 보면 관중들이 만족하고 재미있어 하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나를 많이 찾아 준다. 요즘은 뭐가 주직업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말을 재밌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아니겟는가. 나는 가만히 있으면 몸이 아프다. 하지만 마이크만 잡으면 신기하게 몸이 낫는다. 또 희한하게 사람이 별로 없으면 말이 잘 안되고 관중이 많으면 말을 더 잘한다. 이 때는 노래를 하기도 한다. 더 많으면 절로 춤을 추기도 한다. 어느 국회의원이 나를 소개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나는 말을 잘하기 보다는 재미있게 하는 것이다. 항상 멘트 연구를 하고 행사장에 먼저 가서 특징과 포인트를 잡아낸다. 소싸움장의 경우 오늘 경기를 치를 소들을 미리 둘러본다. 오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멘트를 해야 관중들이 좋아할 지를 고민한다. 또 말을 하고 나서도 관중들이 웃는지 안 웃는지 얼굴을 살핀다. 관중들이 웃을 때는 오늘 내가 이 직업을 잘 선택 했구나 자부심도 든다. 매주 경기를 진행 하면서 관중들에게 부탁하는 말이 있다. 오늘 내 앞에서 50번만 웃고 가라고 한다. 관중들이 많이 웃어주면 일주일동안 기쁘더라.
-말을 많이 하는 일인데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꾸준한 운동과 질서 있는 생활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한다. 술. 담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또 배트민턴을 자주 즐긴다. 경력은 30년 정도 되는데 이번에 진주시배드민턴연합회 회장기 대회에서 50대 부분에서 우승도 했다.
-가족들은 소싸움 해설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족은 아내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내가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아내의 내조 덕분이다. 적극적인 지지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남자가 밖에서 큰소리 치고 놀면서 일하는데 집에서 왜 싫어 하겠는가. 더군다나 마이크만 잡으면 생기가 돌기 때문에 싫어할 이유가 없다.
-평소에 개그나 쇼 프로를 보고 멘트 연구를 많이 한다
▲한번은 ‘감사합니다’를 종이에 크게 써놓고 되뇌이면서 이걸 어떻게 써먹냐가 고민이었다. 일주일 정도 고민 끝에 소가 대가리가 맞고 아파서 도망갈 때 심판이 패배 호각을 불면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면 관중들이 정말 좋아하더라. 관중들도 함께 ‘감사합니다’를 외치면서 관중과 소싸움과 제 목소리가 어우러져 재밌어 하면 정말 이 맛에 해설사를 하는것 같다.

▲ 강 씨가 직접 개발한 이벤트로 관중들이 소싸움장 울타리를 따라 도는‘울짱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울짱 마라톤이라는 이벤트가 있는데 무엇인가
▲관중들이 소싸움장 울타리를 따라 달리는 것인데 직접 개발해서 해보니깐 반응이 좋더라. 남자들은 잘뛰지만 여성분들은 넘이지고 난리가 난다. 모래판으로 되어 있어 다칠 염려는 없다. 특히 마라톤 시작전에 춤을 시켜서 잘추는 사람은 5m앞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 난리가 난다. 왜 먼저 보내주나고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관중들이 함께 참여하여 이벤트를 하고 나면 뿌듯하다. 나는 프로다 정말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외부 관광객도 많은데 사투리로 해설하는데 무리가 없나
▲진주 소싸움을 진주사람이 경상도사투리로 해설을 하는데 맞는것 아니냐. 머니머니해도 소싸움 해설은 감칠맛나는 경상도 사투리가 최고다. 표준어로 진행하면 재미가 떨어진다. 사투리는 억양이 높고 말이 빠르지만 나의 멘트는 핵심을 잡아내 재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다 알아듣는다. 충북 보은에 해설을 하러 4년째 다니는데 처음에는 무슨말인지 눈만 멀뚱거리더니 요즘은 아무 문제없이 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특이한 별명이나 애칭이 있나
▲그런건 없다. 길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어디서 본 것 같고 안면이 있어 한참을 생각하다가 ‘어 어 어...소 소 소..’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린이들은 ‘티비에 나오는 사람이다’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소’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그 말이 제일 맘에 든다. 여러 방송에 출현해 MC도 하다 보니 많이 알아봐 주신다.
-진주가 전국 최고의 소싸움장이다
▲진주는 남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모래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인 만큼 전국에 어떤 투우장보다 최고의 소싸움장이다. 청도의 경우 겜블장이 있어 많은 관람객들이 찾기는 하지만 진주 소싸움장의 반도 못 따라온다. 진주는 상금과 상품은 없는 관광 상품이지만 경기에서 이긴 소는 몸값이 올라간다. 소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최고의 포상 아니겠는가.
-소싸움 경기장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동물이 싸우는 경기로 소싸움이 유명하다. 더욱이 발원지가 진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우리 시민들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아쉽다. 소싸움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중이 많아야 한다. 관중이 최고의 홍보효과를 가져 온다. 타 지역의 소싸움장은 단순히 사회를 보는 해설가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우주들이 사회를 보고 해설을 하는데 나처럼 재미있게 농담을 섞어가면서 해설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내가 전국 최초일 것이다. 요즘은 외지분들도 많이 찾아주시는데 소싸움 해설을 하면서 진주를 알리는데 큰 역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노력도 함께 어우려 져야 한다
▲진주에 살면서 진주를 사랑하고 아낀다면 진주시민들이 소싸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많이 찾아와야 한다. 인근에 진양호도 있고 공원도 있다. 동물원도 있다. 너무나 좋은 환경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입장료도 없고 공짜다. 이 얼마나 좋은 곳인가. 집에서 음식을 싸와서 가족끼리 많이 즐겨라. 자전거, 라면, 쌀 등 많은 경품도 준비되어 있다. 공짜로 입장해 좋은 경기 보고 재밌는 해설을 듣고 가라. 와서 재밌게 웃고 즐기고 가면 된다. 손자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 누가 봐도 재미있는 경기다. 진주시민 모두가 소싸움장을 활성화 시키는데 노력해 진주의 대표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래의 꿈이 있다면
▲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보는게 평생의 꿈이다. 송해 선생님의 멘트가 나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한번은 내가 사회를 본 것과 송해 선생님의 사회를 녹화해서 봤는데 내가 더 잘하는 것 같더라. 전문적인 MC공부는 안했고 전문 방송인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또 진짜 멋진 소를 2~3마리 사서 소싸움대회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 우승을 해서 진주중앙로터리에서 시가행진을 해보는 것이 나의 또 다른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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