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멱살 잡히는 의사
건강칼럼-멱살 잡히는 의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21 18:5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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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석/경상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과장
 

장인석/경상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과장-멱살 잡히는 의사


얼마 전 서울의 종합병원 정신과 선생님이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운명을 달리한 일이 발생했다. 의사가 된지 25년이 된 장년기 의사로서, 이 사건의 소식을 접하고 요즘의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환자분을 대하는 일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가 누구든지 관계없이 공정하고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언제나 마음에 품고 있다. 비록 전쟁터에서 적군일지라도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하는 것이 모든 의사가 가지는 기본적 품성이며 가치관이다.

최근 언론매체에는 이러한 모습과는 다른 의사의 모습들이 주로 나타나곤 한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들은 선정적이고, 분노를 자아내는 비뚤어진 의사의 모습을 주로 접하게 된다. 하지만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대부분의 의사들은 직업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성실히 진료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의료지식을 동원해 환자의 건강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길 희망한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여러 모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엄청난 학업의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간혹 의사가 되는 학습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가 되었더라도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혹독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개원의,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가 되면 어떤 진료를 하게 될까? 여전히 능숙한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5년에서 10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이 기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람이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밀려오는 환자들의 모든 상태를 파악하고, 완벽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장하는 의사들이 법정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응급실에서 술 취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치료 결과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해서 외래에서 폭언,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진료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형사 법정에 피의자로 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냉정한 현실에서 의사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진료를 해야 한다. 특히 상태가 중한 환자들을 보는 의사들은 수시로 변하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언제나 마음을 졸이면서 진료를 하게 된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학의 전문가로서 의사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는 의과대학의 학생들을 가르칠때 ‘가족을 대하듯이 진료하라’ 라는 말을 강조한다. 그런 마음으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다. 직업인으로서, 전문가로서 의사에 대하여 여러분은 어떤 감정이 있는가? 그 의사가 누군가에게는 아들, 딸이고,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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