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막연한 꿈
진주성-막연한 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25 19:1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막연한 꿈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컴퓨터 수리기사를 했었다.

A/S 팀장이 문득 “너는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진주에서 제일 넓은 매장에서 장사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돈이 뭔지 모르고 세상물정 모르는 나이인지라, 제일 높은 빌딩의 건물주는 꿈도 꿀 수 없었고 정확한 넓이나 평수는 알 수 없었지만, 막연하게 푸른 잔디밭에 널찍하니 장사를 해 보는 것이 꿈이었다.

어렵사리 대학 졸업 후 서울 직장에 취업을 해서 연탄보일러 살던 진주 촌놈이 서울에서 한 시간 걸리는 인천에 버턴만 누르면 따뜻해지는 가스보일러 빌라 집을 사서 들어갈 때는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꿈의 궁전이었지만, IMF로 난전 떨이물건처럼 끼워주다시피 집 팔고 눈물 흘리고 고향집에 와서 쪽방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한 칸짜리 쪽방에서 큰 돈 잃고 깨달은 건 부동산과 경매를 배워 내 손으로 마당 있는 통나무집을 지어보자는 것이었다.

시련과 고통은 벗어날 기회를 주는 신호다.

팔리지 않는 빌라로 인해 경매로 부동산 살 수 있는 기술을 배웠고, 가장 아름다울 시절 세상 먼저 떠난 아내로 커피와 인연이 되었다.

갑질 건물주와 알바생으로 버려진 폐가를 발견하고 막역했던 꿈이었던 진주에서 제일 넓고 예쁜 곳을 보고는 막역했던 꿈이 목표로 바뀌게 되었다.

직장 다닐 때 요리학원과 유명 쉐프에게 배운 스테이크 요리 솜씨를 보여주지 못하고 통나무집 짓기 위해 배웠던 체인 톱 역시 겨울나기 장작을 자르거나 의자나 테이블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데 사용되지만, 넓은 잔디밭에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은행나무 정원수가 있고, 아침이면 새소리와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20대 컴퓨터 수리 기사시절에 정원이 있는 커피전문점을 하리라 상상 할 수 없었다.

진주에서 가장 넓은 곳을 가져 보는 막연했던 꿈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막연한 꿈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음일 것이다.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이 되고, 호기심의 풍등이 수십억 원 치의 기름 탱크를 태워 버리기도 한다.

작고 불가능할 것 같은 막연한 꿈도 잠재의식 속에 따뜻하고 고이 보관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현실을 반영하게 된다.

오랜 모태솔로 일지라도 이상형의 여인이 앞에 나타나면 용기 내어 테이트 신청을 할 수 있고, 자신만의 빵집을 꾸려가고 싶은 상상을 한다면 언젠가는 공짜 붕어빵틀도 만날 수 있게 된다.

꿈꾸지 않고 상상하지 않으면 행운이 왔어도 흘려보내 버리고,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줘도 인연이 되질 못한다.

막연한 상상과 꿈은 즐거워야 한다.

그 일을 행함으로 자신보다 상대방이 더 미소 짓는 일일수록 성공확률이 높다.

힘들수록 손 놓고 있으면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장사가 안 되거나 사업이 힘들 때마다 손님들이 기뻐할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해 해야 한다.
정성을 다해 맛있게 빵을 만들고 좋은 원두로 커피를 내어 손님이 마시고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상상만으로 힘들어도 하루가 즐겁고 내일이 기다려지고 다가올 계절과 내년이 그리운 것은 ‘행복한 상상과 막연한 꿈’은 공짜라서 이다.

3월이 되면, 나무를 심고 가지치기를 하면 그 나무가 더 크게 자라 그늘이 되어 손님들이 편히 갈 수 있는 자리가 되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 진다.

막연함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아득함하고 안개속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득함은 바로 앞 현실이 되어있고 안개는 걷히게 되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