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방대학의 미래를 걱정한다
칼럼-지방대학의 미래를 걱정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25 19: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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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지방대학의 미래를 걱정한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였던 1960년 대 초만 해도 인구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아이를 많이 낳지 말아달라고 소위 ‘산아제한정책’이란 것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사회의 이슈가 되던 시절이었다. 예비군 훈련장에 가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정관 수술’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소위 ‘인구절벽’이라는 예기치도 못한 국가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기에 지방 대학의 걱정되는 앞날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입학인구의 감소이다. 필자의 자녀가 대학을 들어가던 1991년 고교졸업생은 95만 명 이었는데 2019학년도 대학수능응시생이 55만 명(1991년 대비 43% 감소)으로 줄었다. 2023년이 되면 38만 명(60% 감소)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급격한 대학입학 인구의 감소가 있어도 서울지역 대학은 무풍지대이지만 지방대학에 불어 닥칠 칼바람은 뻔히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추정 합계출산율이 0.96명이라고 한다. 출산율 0.96명대는 부부가 평생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어 가려면 부부가 적어도 둘은 낳아야 한다. 출산율 1명 미만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하회하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꼴찌이다. 이는 국가적인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인구문제 전문가는 “합계출산율 0.96명은 정말 심각한 수치인데 우리 사회는 너무 잠잠하다. 우리 정부와 국민이 너무 현재에만 급급하고 미래는 잊고 사는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현 정부는 2020년 출산율 목표를 1.5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현여부는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지금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다. 작년 49만 7천 명 수준이던 대학 정원은 2020년 47만 명, 2022년에는 41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에서는 향후 3년 내 사립대 수십 곳이 도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보다 20년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기 시작한 일본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1.44명, 1.43명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일본정부에서는 2017년 수치가 전년보다 출산율이 0.01명 떨어지자 일본 언론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표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5년에 50년 뒤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는 소위 ‘1억 총활약계획’을 내놓고 저출산 부서들을 통합해 ‘1억 총활약담당장관’직(職)을 신설하는 한편 희망 출산율을 1.80명으로 제시했다.

둘째, 도시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의 현실화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지난 2018년 11월 13일 발표한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지방소멸위험도는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소멸위험지수를 계산해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했는데, 진주시는 0.797로 소멸위험 ‘주의’로 분류되었다. 이는 인구 30만 이상 도시 26개 중 두 번째로 소멸위험 가능성이 높았다. 포항시(0.770)가 소멸위험 가능성이 가장 높았으며, 창원, 양산, 김해, 거제시는 1.0이상을 받아 소멸 위험 ‘보통’에 들었지만 진주시와 포항시는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사회를 일러 압축사회 또는 수축사회라고 한다.

셋째, 강력한 혁신과 미래지향적 방향설정이다. 지금 세계대학들은 광범위하게 융-복합을 하며 파괴적 혁신을 하고 있다. 우리들 대학 스스로 진취성이 부족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글로벌 대학들은 기업가적 혁신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가의 성장동력은 대학에서 나온다고 했다. 즉 변하는 대학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지만, 변신을 하지 못하는 대학은 ‘좀비 대학’이 되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인구 800만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에는 세계적 대학이 7개나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진주지역 국립대학 2곳의 통합논의가 이 지역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교육적인 문제보다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분석접근하면서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안목에서 지혜로운 변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진주에도 이스라엘처럼 세계적인 대학이 하나쯤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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