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집착과 통찰 사이
아침을 열며-집착과 통찰 사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2.26 18: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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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집착과 통찰 사이


어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전체를 보며 통찰을 해낸다. 어떤 사람은 대상보다는 자신의 생각으로 이끌어낸 주장에 집착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자가 인생에 이익이 된다. 이렇게 말하는 자신은 전자인지 후자인지 가만히 반성해보자. 우선 생각나는 대로 서술해보자면 결혼을 해서 우리 부부가 가게를 열 때였다.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장사라 가게를 꾸미는 데서부터 남편과 의견 충돌이 많았다. 바닥재를 연한 색으로 할지 진한 색으로 할지 밝은 색으로 할지 어두운 색으로 할지 천장에 조명은 둥근 것으로 할지 각진 것으로 할지. 왜 그렇게 결정할 게 많든지.

결국엔 대부분 남편이 원하는 대로 처리 했다. 그러는 중에 나는 너무 속이 상하고 짜증이 났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 대충 승복이 됐다. 나는 바닥에 페인트를 칠하자고 했고 남편은 장판재를 깔자고 했다. 남편이 나를 못 이기고 진한 초록색 페인트를 칠했다. 너무 촌스러웠다. 다시 그 위에 장판재를 깔았다. 이번엔 천장이 문제였다. 남편은 흰색을 고집했다. 나는 연갈색을 고집했다. 그럼 흰색을 먼저 칠해보고 그게 아니면 연갈색을 덧칠하자고 했다. 흰색을 칠했더니 가히 나쁘지도 않고 다시 수고를 하는 게 안쓰러워 흰색으로 그냥 갔다.

전체를 통찰하는 안목이 내게 부족했다는 반성도 따랐다. 그 후엔 학원을 개원하는데 내 책과 남편의 책을 합치니 대형 책장이 세 개에 책이 가득 찼다. 남편은 그 대형 책장 세 개를 원장실에 나란히 설치를 하자는 쪽이었고 나는 세 개의 교실에 분산 설치하자고 우겼다. 역시 내 의견을 못 이긴 남편이 먼저 분산 설치를 했다. 뭔가 조잡하고 어설펐다. 마지못해 원장실에 모으자고 했다. 그랬더니 원장실이 훨씬 고급해지고 유식해졌다. 덕분에 “원장님이 책을 많이 읽으셨나봐요”라는 칭찬이 나쁘지 않았고 사물이 많은 양으로 모이면 주위를 압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인들 중에 진실한 호의와 은근한 심술이 확인 되는 때가 그런 저런 갈등의 순간이기도 하다. 남편과 갈등이 힘에 겨워 지인에게 하소연을 하면 갈등을 푸는데 역할을 하는 지인이 있는가 하면 은근히 이간질을 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는 지인도 있었다. 좀전의 바닥의 장식을 놓고 내가 지인에게 의견을 물으면 자신의 의견을 소탈하게 말해서 결정을 돕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남편 앞에선 남편의 의견을 편들고 내 앞에선 내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언행을 해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 축도 있던 것이다. 남편과의 갈등보다 그게 더 기분이 상하고 불쾌하고 기가 막혔다.

은근한 심술이라는 걸 아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 나쁜 경우다. 문제는 심술이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가 더 마음의 상처가 심각해진다. 어떻게 사람이 지인이 큰 맘 먹고 하는 일에 심술을 부릴 수가 있단 말인가. 의견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차이가 있는 게 정상이다. 그 차이를 가장 행복해지고 승리하는 방향을 향해 좁혀나가는 게 인생이다. 그런데 심술을 부리면 어떤가. 당하는 사람은 자칫 분별력과 판단력이 흐려져 그 심술에 인생의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심술을 부린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하는 일마다 얄궂게 꼬이지 않을까.

정말이지 이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었다. 근데 결국 한국당의 시끄러운 전당대회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대표 후보자 연설을 하는 도중에 지지자들의 이성 잃은 모습에 낯이 뜨겁고 부끄러웠다. 후보 연설은 유권자들이 아주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가 연설을 하면 온갖 야유와 뜻도 없는 고함을 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연설을 하는 후보자들도 참다 참다못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제일 야당의 모습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는지 진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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