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북핵 폭탄돌리기와 보여주기 쇼를 끝내라
북핵이 세계적 위협으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하여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1993년 3월부터 치더라도 벌써 26년이 지났다. NPT체제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북핵을 도대체 사반세기가 지나도록 막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 한국도 미국도 중국도 북핵 폭탄돌리기를 해왔다. 1993년 당시 미국(1.20)과 한국(2.25), 중국(3.27)에는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하였고, 북한의 NPT 탈퇴로 한반도정세는 ‘서울 불바다’가 공언될 만큼 위기상황에 빠져들었다. 북한이 미북대화를 요구하였기에, 또한 냉전 종식 후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이 되었기에, 북핵문제는 미국의 주도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선거 슬로건 “문제는 경제야!”로 당선된 민주당 클린턴 정부(1993-2001)는 북핵을 조용히 해결하려 했고 제네바 기본합의가 이루어졌다. 공화당 부시 정부(2001-2008)는 ABC(Anything But Clinton)로 일컬어지듯 클린턴의 정책을 뒤집고 싶었지만, 김대중 정부(1998-2003)의 적극적인 햇볕정책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2002년 10월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제2차 북핵 위기가 터지고 2003년 1월 북한이 NPT를 다시 탈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부는 동북아균형자론을 내세운 노무현 정부(2003-2007)와의 관계로 그동안의 대화 관성을 극복할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10월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하자, 이명박 정부(2007-2012)와 박근혜 정부(2012-2017)는 대북정책 수정을 모색하였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오바마 정부(2008-2016)의 입장을 극복할 수 없었다. 중국은 북핵을 미국과 한국에 대한 카드로 적극 활용하면서 이익을 취하기만 했고, 북한은 핵개발명분과 실리를 나름 쌓아가면서 핵무기 및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셋째, 이판사판 벼랑 끝 전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은 늘 현실로 실감되었기에, 자기 앞에서 폭탄이 터질 두려움에 떨며 현상유지와 우유부단한 정책을 지속해 왔다. 전쟁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전쟁을 불사하는 용기를 갖고 위기를 세상에 밝히고 대응해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북핵 폐기의 구체적인 복안과 전략도 없고 용기도 없었기에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하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
지금까지의 북핵 전개과정은 비겁한 폭탄돌리기와 보여주기 쇼였다. 다른 사람 다른 국가에게 폭탄만 떠넘기면서 한편으로 자신은 평화와 대화로 포장하며 국민과 세계를 속여 왔던 것이다. 그 사이에 북핵은 나날이 고성능화되고 중장거리 미사일 운반수단까지 확보했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폭탄이 터져버리고 핵확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전에 해결해야만 할 때이다. 만전의 대비태세를 갖추면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폭탄해체 작업에 즉각 착수해야만 한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