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사(楚辭)-최초 남방 문학의 에필로그
초사(楚辭)-최초 남방 문학의 에필로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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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초사는 북방 문학을 대표하는 ‘시경’과 비교해서 말할 수 있는 주대(周代)의 남방 문학의 총집(總集)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 학자들 사이에는 이것이 ‘시경’을 계승해서 일어난 문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학자들은 초사는 ‘시경’과는 조금도 상관 없이 전연 별도로 병행하여 발전해온 문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시경’이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의 작품인데 반하여 초사는 양자강 유역을 그 근거지로 한 초나라의 문학 작품 임에는 틀림없다. 초사의 명칭은 선한시(先漢時)에 이미 있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후한(後漢)의 왕일(王逸)이 지은 ‘초사장구(楚辭章句)’의 권두(卷頭)에는 “한 호좌도수사자 광록대부신 유향집, 후한 교서랑 신 왕일장구”(漢護左都水使者 光祿大夫 臣 劉向集, 後漢 校書郞 臣 王逸章句)라고 제(題)한 것을 보아 그것이 비록 정말 유향(劉向)의 원본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알 수 없더라도 유향이 비로소 초사를 편집하였다는 사실과 후한의 왕일에 의하여 손이 가하여졌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가 있겠다.

그리고, 또 이 왕일의 주해(註解)는 최고(最古)의 것인 동시에 확실히 가치 있는 역할이었다. 그 다음 ‘초사’라는 명칭에 대한 해석은 “굴원이 이미 죽은 뒤에 초나라에는 송옥·당륵·경차 같은 이들이 모두 사를 좋아했고, 부로 이름이 났었다”-‘사기’의 ‘굴원열전’

“매신이 초사에 뛰어났다” “선제때 구강 비공이란 사람이 초사에 뛰어났다”-‘한서’

라고 한 기록 등으로 미루어 보아 곧 송 황백사(黃伯思)의 “굴원과 송옥의 어러 소는 모두 초나라 말을 썼고 초나라의 음성을 내었으며 초나라의 땅을 기록했으며 초나라 물건 이름을 붙였으므로 초사라고 했다”-‘익소서’

초사의 편목(篇目)은 금본 ‘초사장구(楚辭章句)’에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여기에 기록된 작자에 대해서는 그렇게 맏을 만한 것이 못 되는 것 같다.  ‘한서’ 예문지에 굴원의 부는 25편으로 기록되어 있고 금본 ‘초사장구’에도 같은 수의 25편이 비록 굴원의 작품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중에는 굴원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다시피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 형식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조금도 굴원의 작품이 틀림 없다고 인정된 것으로는 오직 ‘이소경(離騷經)’과 ‘구장(九章)’정도라고 하겠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 중화민국 초년의 료계평(廖季平)이나 호적(胡適)등은 굴원이란 인간의 실존 가능성조차 의심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회의(懷疑)는 정사(正史)중의 그의 열전이나 또는 ‘조굴원부(吊屈原賦)’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너무 지나친 생각이 아닌가 한다. 굴원을 제외하고 또 한대(漢代) 작가들은 빼낸다면 당륵(唐勒)과 경차(景差)가 있으나 이들의 작품은 왕일이 ‘초사장구’를 지을 때는 이미 산망(散亡)되고 없었으므로 초사의 작가는 결국 굴원과 송옥(宋玉)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초사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이소(離騷)’이다. 이소는 굴원의 자서시(自敍詩)라고 한다. 그가 조정으로부터 참소(讒訴)를 당하여 파직하고 강호에 묻혀 우수에 잠겨 원모(怨慕)에 사로잡힌 심경으로 이 작품을 썼기 때문에 ‘이소(離騷)’라고 하였다. 이소의 의의에 대해서는 자고로 많은 학자들의 해석이 있었다.

즉 왕일은 “리라는 것은 더나간다는 뜻이고, 소라는 것은 근심이란 뜻이다”라 하였고, 반고(班固)는 “리란 만난다는 뜻과 같다. 소란 근심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이미 근심을 만나 사를 지은 것이 분명하다”라고 했으며, 또 근래에 와서는 그것이 발음상으로 뇌소(牢騷 laosao 불펑)와 근사하다고 하여 그것을 굴원이 자기의 불평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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