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매화(梅花)에 부쳐
진주성-매화(梅花)에 부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03 19: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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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매화(梅花)에 부쳐


우수가 벌써 지나고 모레(6일)가 경칩이다. 경칩이 코앞인데도 아침, 저녁으로는 한기를 느끼게 되지만 그래도 봄의 기운들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절 밖을 보노라면 봄의 발자국 소리가 저만큼서 들려오는 것만 같다. 매화는 이미 활짝 피어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고 이제 곧 산수유, 목련, 개나리, 벚꽃들이 다투어 피어날 것이고 앙상한 가로수에도 파란 잎들이 서서히 돋아나게 될 것이다.

바야흐르 봄은 우리 곁에 벌써 와 있고 그렇게 봄날은 시작된 것이다. 조만간 꽃샘추위가 밀려오는 봄을 시샘하듯 우리 곁을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날씨로는 완연한 봄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봄은 만 가지 꽃이 다투어 피어 가슴을 설레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생동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다. 서부경남 지역에도 야산이고 아파트 단지고 할 것 없이 새하얗고 붉은 매화 봉오리가 터졌다. 매화는 살에 닿는 바람 여전히 차갑고 때 없이 잔설 흩날리는 이른 봄 피어나 춥고 긴 겨울이 지나갔음을 알린다. 이 때문에 매화는 충절 혹은 역경을 이기는 강건한 정신의 표상이자 회춘(回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고결함·기품·인내’라는 꽃말처럼 꽃은 화사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향기는 은은하되 그윽하다. 나무는 함부로 퍼지지 않고 어린 나무도 고아한 모습을 지닌다.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열매인 매실은 구연산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지역의 유명한 매화 중에 ‘산청삼매(山淸三梅)’가 있다. 산청삼매는 산청군에 있는 ‘정당매(政堂梅)’와 ‘남명매(南冥梅)’, ‘원정매(元正梅)’를 일컫는다. 남명매는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에 후학을 가르친 지리산의 산천재(山天齋) 앞에 심은 매화나무로 해마다 3월이면 연한 분홍빛이 도는 반겹 꽃을 가득히 피우는데 향기가 지극히 맑은 것으로 유명하다. 남명매는 평생 관직을 사양하고 처사로서의 삶을 살면서 조선의 참선비로 존경을 받았던 남명 선생의 정신을 보여주는 매화이다. 산청 단성면 단속사 옛터에도 강석덕의 아버지 강회백(姜淮伯)이 심은 600년이 넘은 정당매가 남아있다. 또한 단성면 남사마을에는 고려시대 문신인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700년 된 원정매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탁하다. 향기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갖 추함이 뒤덮여 있는 형국이다.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면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매화 향기가 다소의 위안거리가 되고 있음은 노납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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