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서비스도 맛이다
진주성-서비스도 맛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04 19: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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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비스도 맛이다


식사 때 유통기간 다 되어가는 막걸리를 조심스레 맑은 윗부분만 부어서 한 잔 마시는 것이 즐거운 낙이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버릇처럼 메뉴판부터 보는 것이 아니라 술 냉장실에 막걸리가 있는지 살피고는 막걸리가 보이지 않을 경우 조심스레 ‘혹시 막걸리가 있을까요?’ 물어 본다.

소주, 맥주가 대부분인 한국 식당에서 막걸리가 있다면 감사할 일이고, 일주일 이상 지난 막걸리나 다양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면 로또 맞은 것처럼 기쁘고 음식의 맛도 더욱 맛있게 느껴지게 된다.

막걸리가 없는 식당을 가게 되는 날에는 집에서 숙성시킨 것을 미리 가져가거나, 바쁜 와중에도 ‘사다 드리겠습니다.’라는 매장이 있다면 그 말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여 근처 슈퍼에서 직접 사다가 코르크 차지(cork charge) 비용을 계산하고 마시고 온다.

하지만, ‘막걸리 없습니다.’라고 거두절미할 경우에는 말없이 다른 식당을 찾아 가게 된다.

1년 이상 보관되는 좋은 막걸리도 많음에도 소주, 맥주만을 취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식당들이 있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좋은 막걸리를 더 많이 알려야 하는 의무감을 가지기도 한다.

며칠 전, 치킨집에서 수입 생맥주를 주문했었다.

맥주 거품도 없고 시원 하지도 않고 향도 부족하고 맛이 연하여, 국내 맥주를 주문해 맛보았는데 한 시간 반 동안 한잔도 판매되지 않는 수입맥주 보다,

잘 나가는 국내 맥주가 시원하고 탄산의 청량감이 있었다.

수입맥주가 그런가 싶어 주인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래요!’라고 대답을 한다.

그 한마디에 나의 미각의 잘못되었는지를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레 다른 식당에 가서 더 연하고 섬세한 일본 사케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날 하루를 마감했었다.

대학시절 잠시 포장마차를 했었다.

순대와 라면을 팔면서 제법 장사가 잘되었는지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었고, 늦은 시간 손님 한 분이 사이다 한 병을 주문을 했었다.

준비해둔 음료가 없어 문 닫은 동네 마트를 뛰어다니며 어렵게 사다 드린 기억이 있는데 지금도 장사의 마음은 그때 포장마차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원래 음식과 음료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맛있게 서비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원래 맥주가 그래요!’가 아니라 ‘제가 맛보고 이상하면 바꿔 드리겠습니다’라고 했거나,

‘막걸리 없어요!’가 아니라 ‘막걸리보다 이 술은 어떠신가요?’라고 추천을 하거나 다른 방법을 제시 하는 것이 단골을 만드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자신의 정한 기준이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가지 않거나 한마디로 ‘맛없다’라고 정의 해버린다.

손님들의 충고와 조언은 감사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충고와 조언을 하는 손님은 그 식당이 잘되기를 바라거나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맛에는 사장의 서비스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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