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은 미국을 크게 오판했다
시론-북한은 미국을 크게 오판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06 18:5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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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북한은 미국을 크게 오판했다


하노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길 원했으나, 미국은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영변 핵시설의 전체냐 일부냐, 대북제재도 전체냐 일부냐 설왕설래하지만 그것은 핵심이 아니다.

협상은 쌍방간에 거래대상을 꺼내놓고 그 가격을 흥정하면서 이루어진다. 미북 정상회담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친서를 전달하면서 시작하였기에, 처음부터 그 대상은 ‘북한의 비핵화’였다.

북한의 기본 입장은 올해 김정은 신년사에 나왔듯이 기존 핵무기를 보유한 바탕위의 불생산-불시험-불사용-불전파이다. 북한은 미국이 하노이에서 이를 수용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래서 결과를 낙관하고 대대적인 환송식을 벌이며 평양을 출발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의 완전 폐기를 목표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의 의미를 둘러싼 다양한 생각이 있지만, 자신의 입장은 “북핵을 없애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3월 3일 언론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 등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 전체에 대한 ‘빅딜’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으로 분명히 드러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협상은 당연히 “①핵무기 생산 중단 등 미래핵 폐기, ②핵무기 생산시설·장비·기술 등 현재핵 폐기, ③기보유 핵무기 등 과거핵 폐기”의 순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①은 이미 약속되었기에, 그다음은 북한이 보유한 생산시설 및 무기·장비의 목록을 공개하고 ②를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②를 통해서만 ①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②를 약속하고 대북제재 전면해제를 요구하면서 그 대상을 위장 축소하였다. 북한은 ‘영변 일부와 제재 일부의 맞교환’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플러스 알파’를 다음 단계로 예정하고 단계적 제재 해제를 논의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가격을 바꾼 것이 아니라, 북한이 거래대상을 속인 것이다.

둘째, 북한이 ②의 대상을 거짓 축소하였지만 중요한 것은 그 폐기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사전 합의문까지 준비하였듯이 미국과 북한은 적어도 ①과 ②에 합의하고 있었는데, 북한의 거짓이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추후 협상이 재개되어도 ②를 출발점으로 할 수밖에 없으며, ‘플러스 알파’를 포함하여 얼마나 ③에 다가서느냐가 쟁점이 될 뿐이다. 이런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명백히 북한의 실패와 미국의 성공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거래방식과 계산법’을 비판하였지만, 북한은 미국의 목표와 정보력, 협상력을 크게 오판하였다. 미국의 국내정치와 세계패권, 그리고 NPT 체제에서 갖는 북핵의 의미를 간과한 채, 미국과 세계를 속일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일 트위터로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고, 북한도 우리가 꼭 얻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고, 미국이 꼭 얻어야 하는 것은 북핵 폐기다. 그렇다면 미북 협상의 결론도 그것뿐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국 본토 공격능력 제거만으로 미국이 핵보유를 적당히 용인할 것으로 착각하였던 것이다.

북한의 선택지는 없다. 핵보유를 고집함으로써 이를 용납할 수 없는 미국과 세계를 상대로 파국을 맞이하거나, 핵 폐기를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북한의 선택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핵 폐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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