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위험한 프레임-대립과 증오
아침을 열며-위험한 프레임-대립과 증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07 19:1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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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위험한 프레임-대립과 증오


촉나라 제갈량(181~234) 병법 47장의 내용이다. 동이족의 특성과 이를 공략하기 위한 방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매우 거친 소수민족이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용맹하고 사납고 강하고 날쌔다. 사나운 늑대처럼 전투를 잘한다. 전쟁을 할 때는 산, 굴 뚫기, 바다 등 지형지물을 잘 이용한다. 험한 요새를 구축하여 스스로 방어한다. 아래위가 서로 화목하고, 백성들은 편안하고 낙천적이다. 어설프게 공격하지 말라. 만약 공격하여 전쟁에서 이기려거든 일단 지도자와 백성을 교란시켜 서로 믿지 못하게 해야 한다. 즉 은밀하게 간첩을 침투시켜 이간책을 써야 한다. 은밀하게 침투하여 서로 의심하게 하고, 지도층의 내부모순을 침소봉대하여 확산시키고 혼란을 가중 시키며, 백성들로 하여금 서로 의심하게 하여 콩가루로 만들고, 서로서로 첨예하게 충돌하여 싸움하도록 한다. 이렇게 한 이후에 인의(仁義)의 방식을 활용하고, 도덕적 이론으로써 위안하여 무마시키고,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며 위로해준다. 이렇게 해 나가는 동시에 강력한 군사를 출동시켜 총 공격한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철저하게 까부셔서 이겨야 한다’ 이른 바 이간책으로 내부 분열을 조장하여 혼란을 야기 시켜 서로 의심하여 미워하는 사이에 총공격하여 장악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극심한 빈부격차, 대립적 갑을관계, 그리고 젊은 이들을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 미세먼지로 한국을 떠나려 한다. 어느 누구의 공격에 아니라 이 상태로 나가다가는 우리나라는 저절로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 같다. 잔혹한 일제 강점기에 몸을 바쳐 이 나라를 지킨 애국 열사 의사 독립투사들의 그 숭고한 희생정신 앞에 못난 우리의 자화상이 겹쳐진다.

가진 자들은 더욱 기고만장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한없이 서글픈 마음으로 자학과 증오의 넋두리를 쏟아 넣는다. 최근 자주 목격하는 주변의 모습들이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모습으로 까닭모를 증오심을 드러낸다. ‘너는 착해 너는 악이야. 나는 이유 없이 너에게 한없이 당했어. 그리하여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은 정당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야. 나는 그동안 착하고 성실하게 국가의 법과 제도를 믿었어. 그대로 살아왔어. 나는 순결하고 순수하고 착실하게, 그리고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랏님들이 만든 정책에 가슴 벅차게 호응하며 그대로 성실하게 살아왔어. 그런데 이게 뭐야. 그래 맞아 괴물 같은 제도를 까부셔야해. 이 나라를 완전 뒤바꾸어야 해 결국 요놈의 세상은 어차피 거짓과 위선과 잔인함과 악랄한 흉계와 음모로 돌아가는 판이기에 요놈의 세상을 박살내야해. 정의롭고 밝은 국가 사회를 위하여 정의로운 내가 투쟁하여야 해. 내가 이 더럽고 사악한 국가에 항거하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악랄함에 항거하는 독립투사, 유관순 열사, 윤봉길 안중근의사, 그리고 무수히 이름 없이 사라져간 무명의 영웅들과 같은 위대한 행동이야…’

이런 프레임으로 우리나라를 스스로 자학하며 대립적 증오를 표출하는 유튜브와 행동들과 언행들이 지금 주변에서 들끓어 오르고 있다. 제갈공명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대안이나 현실적 방책 없이,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만하면서, 너는 악, 나는 선이라는 이분법으로 적개심을 실어서 한쪽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이런 유의 사유야말로 정말 굉장히 위험한 인식태도고 프레임이다. 우리나라를 스스로 이간 분열시키는 아주 좋지 않는 생각과 행동이다. 이런 마음으로는 통합의 시너지를 결코 창출할 수 없다. 미래도 없다.

물론 빈부격차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런 구조적 모순을 풀어 나가기 위하여 촉석루 동문 앞 변영로 시비에 써 있듯 거룩한 분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분노만으론 부족하다. 분노와 증오로써 권력을 잡은 정권치고 병들지 않은 권력이 없다. 증오와 복수심으로 은나라를 물리치고 주나라를 세운 형님인 무왕의 암울한 사회풍토를 극복하기 위하여 주공 단은 정말 피눈물 나는 헌신과 덕성으로써 그 중오심을, 그 복수심을 극복하려 애썼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동양문화의 바탕에 흐르고 있다.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넉넉하게 포용하고 서로 웃으며 봉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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