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자유한국당의 앞날
강남훈 칼럼-자유한국당의 앞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07 19:1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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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자유한국당의 앞날

조선왕조 5백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들이 있다. 1392년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부터 마지막 순종에 이르기까지 역대 27명의 왕들이 5백년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 왕권은 쥐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조선왕조를 좌지우지하고 백성들로부터 추앙을 받은 재상(宰相)도 수없이 많다. 역사는 이들 모두를 포함해 평가한다. 이들 중에서도 조선왕조 건국의 주역이었던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을 빼 놓을 수 없다.

그가 누구인가? 50세의 나이에 이성계와 함께 역성혁명을 성공시켜 새로운 왕조를 창업(創業)한 인물이 아닌가. 그는 새 왕조를 꿈꾸면서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추구했다. 전국의 토지를 국가에 귀속시켜 나라 안의 모든 농민들에게 식구수대로 분배하는 이른바 계민수전(計民受田) 방식의 전제개혁(田制改革), 민본(民本)정치 사상을 담아 조선의 통치규범을 제시한 ‘조선경국전’(1394년)의 완성, 주변 열강들 사이의 일시적 권력공백을 파고들어 고토(古土)회복을 위한 요동정벌론 등등.

그는 제1차 왕자의 난(1398년)때 이방원이 이끄는 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어 완전한 이상세계의 실현을 보지 못했지만, 거침없이 나아갔고, 귀족중심 체제에 멍들었던 백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야심만만한 전략가였다. 그래서 역사는 조선 건국을 단순한 왕조교체가 아니라 고려 말 구악(舊惡)을 청산한 혁명이었으며, 그에 대해서도 구 정치세력을 몰아내고 세대교체를 이룬 주역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화제를 바꿔 국내 정치로 눈을 돌려보자. 여권은 내년 총선승리가 ‘재집권의 토대’라는 판단아래 선거 로드맵을 사실상 가동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워 서부경남KTX 등 23개 지역사업, 24조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을 결정했고, 예산정책협의회라는 명분으로 각 지역을 돌며 총선용 예산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 여기다 세대별 직능단체까지 꾸리며 외연확장을 꾀하고 있다. ‘100년 집권’ 운운하는 여당 대표의 목소리가 허언이 아니라는 섬뜩한 생각이 든다.

보수우파의 대표 정당이라 자처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지난달 27일 우여곡절 끝에 황교안 전 총리를 새 대표로 뽑았지만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황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총선 승리’, ‘보수우파 대통합’,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선 전투’ 등을 내걸었다. 그가 얘기했던 “정치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랑으로, 정성으로 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야당이 정권을 견제하는 것은 기본이다. 선명성과 대여 투쟁성을 갖추는 것도 제대로 된 야당이면 당연히 해야 될 일이다. 여당의 실수만 바라고 무임승차를 고대하는 것은 100여석을 가진 제1야당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 보수우파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등 대안(代案)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청사진을 내 보여야 한다. 그래야 민심(民心)을 얻을 수 있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권창출’이다. 특히 2016년 총선 참패와 2017년 탄핵 및 대선패배, 가까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저만치 가고 있는 여당을 쳐다보며 멈칫거릴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내년 4월 총선까지 패배하면 거의 절망적이다. 장차관, 판·검사 출신 등 소위 말하는 브레인들이 수두룩하지만 다들 뭐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직을 부업으로 생각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인사들도 있다. 새 대표가 들어선 이참에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삼봉 정도전이 추구했던 혁명적인 대전환과 새 희망을 불어넣지 않고서는 자유한국당의 앞날은 기대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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