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法古創新) Ⅰ
법고창신(法古創新) 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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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강현/인문학자
‘법고’란 옛 것을 본받는 것으로써 옛 자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고 ‘창신’이란 옛 것을 버리고 새로이 창제하는 것으로써 상도(常道)를 벗어나기 쉬운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예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로이 창제하면서도 근본을 잃지 않으면 새로운 창조문화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요즘 세계여론은 우리가 개고기 먹는 것을 매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가축으로서의 개를 먹는 것이지 애완견을 먹는 것이 아니다. 중국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못 먹는 세 가지를 하늘에서의 비행기와 전투기, 물속의 잠수함을 빼곤 육지의 것은 다 먹되 네 발 달린 책상과 의자는 고려중이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그만큼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말이다. 중국의 온갖 동물의 종류와 요리법의 다양함에도 유독 왜 우리나라의 개고기 요리가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는가.

음식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인도에 가면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꼭 힌두교를 믿는 종교 때문만이 아니라 타산적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을 그대로 퍼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 곳은 물이 좋지 않아 물을 끓여 먹어야 하는 곳이다. 땔감이 부족한 나라이어서 소똥을 말려 메탄가스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소고기를 먹게 되면 수억의 인구가 하루아침에 굶어죽을 수 있다. 가난해서 비참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복지혜택을 위해 종교적인 율법으로 소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것이다.

중앙아시아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지금은 사막지대로 변했으나 로마사를 보면 그 곳은 습하고 활엽수가 많은 수림지대로 야생돼지가 많았었다. 사람들의 쟁탈전이 야생돼지의 멸종과 사막화를 가중시켜 법으로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대신 그 곳 사람들은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우리는 지금 양고기를 먹지 않지만 고려시대 때만해도 선조들은 양고기를 많이 먹었다. 지금도 불란서에서는 양고기구이가 고급요리에 들지만 현재의 우리와는 문화적으로 맞지 않을 뿐이다.

몽고 시베리아에서는 스태미너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말고기를 날로 즐겨 먹는다. 보통 음주 후엔 갈증이 나는데 말젖술은 갈증이 전혀 없다. 징기스칸이 키미스라고 하는 말젖술을 먹고 전쟁에 임했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있다고 본다.

이렇듯 음식문화는 다양하다. 우리가 먹지 않는다고 양고기나 말고기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문화권에서는 그것이 제일 훌륭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서양인이 우리가 개고기 먹는 것을 야만인이라 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리말에 음식을 앞에 놓고 평하면 복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음식을 탓하지 말고 먹기 싫으면 먹지 않으면 된다. 다양한 문화는 지역의 역사와 사상과 환경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내 문화와 다른, 남의 문화 남의 식탁을 함부로 평하면 안 된다.

원시, 미개, 야만, 토속이란 말들은 문명이 발달했다고 자부하는 서양인이 만든 낱말이다. 아메리카대륙을 콜롬부스가 발견했다고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다. 신대륙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당시 그 곳의 1억이 넘는 원주민은 발견 당한 것인가.물질문명의 발달만으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개하다고 하는 제국주의적 우월감은 문명과 야만이라는 담론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진정 우리 것은 무엇인가. 동남아의 같은 지역 내에서도 우리는 한·중·일로 분류하는 사고방식에 젖어있다. 이 틀을 깨고 다양한 문화를 인정할 때만이 함께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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