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法古創新) Ⅱ
법고창신(法古創新) 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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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강현/인문학자
21세기는 문화컨텐츠 시대이다.

20세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것은 서태지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성공한 문화는 음료개혁의 시초가 된 식혜라고 생각한다. 식혜는 빨리 시어서 설날이나 행사가 있을 때만 먹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깡통에 넣는다는 생각은 대단한 발상이다. 깡통은 오로지 콜라나 사이다의 전유물로 알고 있었을 때다. 식혜가 성공하자 수정과가 나왔고 배가 나오고 매실혁명이 일어났다. 민족음료가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처럼 민족음료가 성공을 거둔 예는 세계에 다시없다. 우리민족음료의 종류와 그 양이 얼마나 많으며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잘 알 것이다.

20세기에 서양의 물질문명아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시던 서낭신, 산신, 지신 등 전통신앙이 ‘미신’으로 치부되고 짓밟혔지만 이제는 문화다원주의의 시각을 갖고 전통문화 속에 있는 무형문화를 발굴하여 그 안에 담겨있는 정신문화를 되살려야 한다.

사찰을 찾은 외국인들은 사찰의 석탑이나 사찰의 규모보다 사람들의 예법이나 예의바름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사물놀이나 판소리, 가야금 명창 등 음악분야도 뛰어난 무형문화이다. 음식, 춤 등 이러한 모든 것이 무형문화재로 여기에 법고창신(法古倉新)을 제대로 대입한다면 우리 문화 세계화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가 문화강국이 되려면 전 세계에 태권도가 누비고 인도의 명상이 널려있듯 앞으로는 유형보다는 무형문화를 개발해야 하는 시대이다. 유형문화재는 탈취 당했지만 행동으로 보이고 사고해야하는 장인솜씨는 어느 나라도 빼앗아 갈 수가 없는 자산이다. 미래는 문화컨텐츠 시대로 자본이 없는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특색 있는 컨텐츠의 개발만이 문화강국으로서 살아남는 길이다.

우리가 문화강국이 되려면 우리, 한국인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샤머니즘이 바탕에 깔려있는 샤먼적 기질이 강한 민족이다.

샤먼적 기질은 장엄한 것을 좋아해서 무엇이든 세계 최고, 최대를 좋아한다. 그 역동적인 기질이 때론 월드컵 때처럼 집단적인 광기로 나타날 수도 있고 IMF때처럼 국난을 극복하는 힘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경제를 살린 토대는 어려움 속에서도 인재를 만들기 위한 극성스런 어머니들의 교육성 또한 샤먼적 기질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사람처럼 인종 차별하는 민족도 드물다. 타민족과는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일 것이나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들은 인정하지만 아시아의 수많은 노동자나 조선족들에게는 몰인정하게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계전쟁의 도화선이 모두가 종교임에도 우리나라는 세계의 모든 종교가 총 집합한 다종교국이지만 종교전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불교도, 기독교도, 유교도, 기타 어느 종교도 아니다. 어떤 종교인이든 내면에 샤머니즘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치우쳐 도덕지수와 부패지수가 한도를 넘어선지 오래된 것이 문제일 뿐이다.

21세기에 와서도 조선시대의 법고창신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옛것의 우리전통 속에서 민족정체성을 찾고 스필버그가 중국의 만리장성신화에서 힌트를 얻어 ‘뮤란’이란 영화를 만들 듯 삼신할미나 산신령, 선 등 많은 소재로 세계 문화상품으로 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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