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주변의 작은 폭력
우리주변의 작은 폭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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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택/진주문화원 부원장
우리 사회는 오랜 폭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고 작은 폭력 속에서 노출되어 있다. 우리가 얼마나 빨리 이 폭력의 인습을 씻어 낼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리사회가 앞으로 선진사회로의 진입이 가능한가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이다. 전통사회에서는 특권층에 의한 탐학(貪虐)이나 탐관오리(貪官汚吏)의 횡포가 있었다. 현대사회도 또한 테러리즘, 청소년에 의한 폭력범죄, 가정 폭력 등 수 많은 형태들의 폭력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폭력이란 ‘사람이 사람의 재산에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힘의 사용, 또는 존경이나 경외(敬畏)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손상’이라고 사전에 정의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폭력은 단순한 힘의 사용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 돈으로 오염된 교육계 수장들의 내부 비리가 파헤쳐 지고 있는데 이런 것도 돈을 가진 자에 의해 저질러지는 일종의 폭력행위라고 볼 수 있다. 돈으로 교육감 자리를 유권자에게 매수한 행위는 깨끗한 선거운동을 했던 후보자를 밀어 내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폭력에 속하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런 감춰진 형태의 폭력행위는 돈만을 통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 등의 파벌을 통하여 인간관계를 휘둘러,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을 밀어 내는 따위의 행동을 폭력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군부 쿠테타가 폭력적인 정권 탈취 행위인 줄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생활 주변에는 눈에 잘 띄지 않거나 또는 우리가 무감각해 져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작은 쿠테타’ 또한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의 고성방가, 관공서 주변에서 집회를 하면서 마이크를 크게 트는 행위, 조용해야 할 학교 주변에서 농악소리를 크게 울리는 행위, 환경오염 등은 일종의 폭력행위이다.  시군 행정구역 통합에 적용할 여러 가지 항목을 미리 정해 놓고, 요식행위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연다면 그것도 하나의 폭력행위이다.

이런 경우 흔히 능률의 이름으로 반대 의견을 원천봉쇄 하려는 시도가 있게 마련이다. 술대접이나 금력동원으로 동창 또는 술친구를 끌어 모아 지지 세력을 만들려 하는 행위도 폭력행위다. ‘민주주의의 정의는 다수결이며. 전제주의의 정의는 폭력이다’는 말이 있다. 다수파가 소수파의 의견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폭력행위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주변의 작은 폭력은 어떤 떳떳하지 못한 방법을 써서라도 내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태도와 나의 행위로 인해 남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에 기초를 두고 있다하겠다. 흔히 이기주의라고 말하는 것. 이것이 작은 폭력의 시작인 것이다. 자식을 기죽이지 않고 키우려는 양육방식이 이런 행위를 조장해 왔고, 멋대로 또는 기회주위자로 행동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우리사회가 이런 행위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배짱으로 살라”는 어떤 정신과 의사의 처방도 어쩌면 본의 아니게 이런 행위를 조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힘의 논리에 입각해서 행해지는 폭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왔고, 그 중에서 돈은 가장 손쉽게 동원될 수 있는 밑천이다. 돈으로 지지자를 사고, 표를 사고, 관직도 산다고 연일 언론에 보도 되고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은 힘을 쓰는 자와 힘의 희생자가 된 자가 함께 부르는 폭력의 노래인 것이다. 자신의 양심과 잠재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훌륭한 인간으로 평가 받는 경쟁력은 새까맣게 잊고 하는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작은 폭력들은 이 대원칙을 좀먹어가고, 우리가 갈망하는 민주주의란 거목을 안에서부터 썩어 가게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로 탈바꿈 하려면 이런 작은 폭력의 정체를 파악해서 우리사회로부터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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