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쿠션은 편안한 탄력이다
도민칼럼-쿠션은 편안한 탄력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10 19: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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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

김병진/에듀맥스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쿠션은 편안한 탄력이다


쿠션이란 의자나 소파 탈것의 죄석 등에 편히 앉도록 솜, 스펀지, 용수철 따위를 넣어 탄력이 생기게 한 부분을 말한다. 쿠션은 한 마디로 '편안한 탄력'을 의미한다. 이 쿠션의 의미와 관련하여 ‘쿠션언어’라는 말이 있다. 쿠션언어란 상대방과 대화할 때 편안한 탄력을 주는 언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수리공이 고장난 컴퓨터를 고치고자 하는 고객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부품이 고장났습니다. 교체를 하셔야 하고 조금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같이 말하는 것은 매우 세련되고 고객에게 호감을 사는 언어법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고객에게 “고장났어요. 부품 안 바꾸면 못 고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자. 이 말은 있는 사실 그대로를 얘기한 거지만 뭔가 편안한 탄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왜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쿠션언어를 알고 구사하여야 하는가? 예컨대 딱딱한 의자에 앉아도 앉는 건 앉는 것이다. 그러나 쿠션과 같은 편안한 탄력을 주는 것을 곁들이면 훨씬 더 만족스러운 좌석이 된다. 바로 이것이 쿠션언어의 매력이다.

공공기관에 가서 뭔가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민원 응대자에게 건조하거나 퉁명스럽게 “가족관계증명서 2통 떼어 주세요!”라고 말해도 된다. 별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바쁘시지만 가족관계증명서 2통 떼어 주실래요?”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바쁘시지만’이라는 쿠션언어를 쓰면 관계의 윤활유가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여보 쓰레기 분리수거 좀 하세요”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여보 피곤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좀 해주실래요?”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피곤하지만’ 이라는 쿠션언어가 얼마나 편안한 탄력이고, 윤활유인가?

위정자들은 이처럼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국민에게 어떤 편안한 탄력을 주어야 한다. 예컨대 원자력 발전소 퇴출이라는 정책을 펼 때는 그 정책의 발표와 시행 각각의 단계 전에 국민에게 그 정책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쿠션 즉 편안한 탄력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 논리이다. 정부가 쿠션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충분한 쿠션을 주지 못하여 최저임금인상의 충격으로 고통 받는 이 땅의 수많은 자영업자가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은 어느 분야에서나 필요하다. 그러나 혁신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혁신은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편안한 탄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유통 사태도 정부가 그들에 편안한 탄력을 주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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