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를 다시 생각하며
지역축제를 다시 생각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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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수/민들레공동체 대표
봄과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5년부터 지역 활성화 목적으로 한때 전국적으로 1000개가량의 지역축제가 무성했던 적도 있었다. 이러한 지역축제는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자원을 계발하고, 지역을 활성화 한다는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남 따라 하기식의 축제, 개념 없는 축제는 지역행정의 일상성을 훼손하고 돈과 자원을 낭비하는 축면에서 신중히 고려할 일이다. 

축제 현장을 다니다 보면 대체로 어디가나 비슷한 광경을 경험하게 된다. 주제와 관련된 내용의 전시와 홍보 그리고 형식적인 행사, 먹거리와 난전, 각종 체험부스 운영과 관련업체와 농가의 상업적 참여 그리고 각종 전시와 문화행사가 뒤따른다. 그리고 한주간의 축제가 끝나면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는 기억도 찾기 어려운 축제의 이질성 등이 느껴진다. 따라서 축제를 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과 문화전통이 깊어지기보다 상업주의, 업적주의, 소수 행정과 전문가만의 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축제란 한 지역의 문화적 역량의 총량을 가름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이다. 따라서 축제는 평소 그 지역에서 축적되어온 지역 주민의 자발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사람과 다양성에 대한 개방성과 전문성이 발전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을 안고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목격하는 수많은 축제는 여전히 자발성과 공동체성, 개방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자발성은 축제의 사활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이다. 지금의 축제는 행정의 선도와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건강한 축제를 위해서는 행정의 지원과 역할을 점차 줄여나가고 주민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올바르다. 그리고 그러한 참여는 평소 주민의 삶이 향토의식에 뿌리박은 문화적 전통을 표현하고 강화하는 의식적 노력을 길러낼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 특히 농어촌 지역에는 젊은 층이 떠나가거나 부족한 상황이고, 문화적 자부심 역시 낮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장기적이고 성공적인 축제를 위한 지역인력양성이 필요하다.

이십년 전이었지만 일본 북해도의 한 지역을 방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낙후된 지역 활성화를 위해 포도를 심기 시작했고 마침내 포도 축제로 유명한 곳이 되었는데, 그 비결 중의 하나가 지역의 청년들을 키워낸 것이다. 프랑스로 포도주 기술을 배우러 보내기도 하고,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전문적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었다. 자발성과 더불어 공동체성은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축제가 자신의 일이라는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각 학교에서도 지역과 향토의식 그리고 지역문화에 대한 교육적 인식이 확산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제는 개방성 그 자체이다. 누구든지 와서 환대받고 따뜻한 마음 한 조각 얻어갈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상업적 성공도 있어야 하지만 장삿속만 느껴지면 안 될 일이다. 좋은 축제는 지역민으로 하여금 자부심과 의미를 얻게 해 준다. 사실 축제의 진정한 환희는 주최 측과 손님의 만남이라는 출발에서 문화적 가치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침내 삶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아니겠는가.

산업화와 경제개발에 매진한 세대가 지나가고 이제 오히려 물질주의와도시화 그리고 개인주의에 병든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는 시대이다. 지역축제는 지역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성의 재발견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말해주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축제에 얼마나 돈을 벌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 하는 평가도 중요하지만 우리 속에서 자라나는 향토의식과 자부심과 기쁨이 있었는가를 확인해 봐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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