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의 생화학무기도 폐기되어야
시론-북한의 생화학무기도 폐기되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13 15: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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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
강원식/정치학 박사·전 주 벨라루스 대사-북한의 생화학무기도 폐기되어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3월 10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생화학무기는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 개념에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었다고 확인하였다. 그동안 북핵 위협을 논하면서 북한의 생화학무기는 거론조차 안 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핵실험의 버섯구름 이미지로 핵무기를 두려워하지만 생화학무기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세계 최대의 생화학무기 보유국이다.

생물무기는 인명 살상을 위해 병원체와 같은 생물조직체 및 독소를 이용하는 무기이다. 북한은 182개 회원국의 생물무기금지협약(BWC)에 가입했으나, BWC는 생물무기의 특성 때문에 실태 파악과 검증이 어려워 협약 이행도가 낮은 대표적인 국제조약으로 지적되어 왔다. 세균과 바이러스 등은 배양과 자기복제가 쉽게 이루어져 은닉과 운반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2019년초에 발간한 ‘2018 국방백서’는 북한이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벨퍼센터의 2017년 연구보고서 ‘북한의 생물무기프로그램’에 의하면, 북한은 평양생물기술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생물무기의 인체실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사일, 항공기, 분무기,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을 운반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화학무기는 독성물질에 의한 인명 살상과 신체 무력화를 목적으로 하는 무기로 수포성, 신경성, 질식성, 혈액성, 최루성 작용 등을 일으킨다.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 규제는 193개 회원국의 화학무기금지협약(CWC)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이루어지는데 북한은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였으나 현재 세계 1위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2017년 9월 폐기작업 완료를 선언했고, 미국도 2022년 말까지 폐기 완료를 목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화학무기를 생산해온 북한은 김정남을 독살한 VX와 사린가스를 포함한 16종의 신경가스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2018 국방백서’는 현재 약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장실(ODNI) 보고서 ‘2019년 세계적 위협평가’는 북한이 지난 2년간 화학무기를 실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생화학무기는 대량살상력이 클 뿐만 아니라, 생산면에서 핵무기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쉽게 적발되지도 않고 또한 극적인 공포심리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고 불린다. 그래서 전쟁과 테러의 실제 사용 측면에서 핵무기보다 훨씬 위험하다.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을 이용하여 투발하지만, 생물무기에 감염된 사람을 운반체로 사용하거나 생물무기를 분무기로 뿌릴 수도 있다. 화학폭탄을 몸에 두른 사람을 자살특공대로 이용할 수도 있다. 생화학무기야말로 세계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세계 최대의 생화학무기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응은 너무도 엉성하다. 생화학전을 대비한 국방 차원의 대비도 미흡할 뿐만 아니라, 대상과 범위를 무차별적으로 가리지 않을 생화학무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 국민을 위한 보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차제에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폐기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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