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여야의 때 이른 PK혈투
강남훈 칼럼-여야의 때 이른 PK혈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03.14 19:1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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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여야의 때 이른 PK혈투


여야의 때 이른 ‘PK혈투’가 시작됐다. 오는 4월 3일 실시되는 경남지역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남에 이어 부산과 울산에서 잇따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PK민심 다독이기에 나섰으며,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창원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보선지원에 나섰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당 대표가 직접 창원에 내려와 총력지원을 하고 있다.

여야가 이처럼 ‘미니 보선’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보선 승리가 내년 총선으로까지 이어져 자신들이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동진(東進)정책’을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한국당은 지난 총선(2016년 4월)과 지방선거(2018년 6월)에서 비록 참패했지만, 이번 기회에 텃밭인 고토(古土)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새 대표가 들어선 직후 열리는 보선이라 두 곳 모두 승리해 당 내외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경남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면서 ‘예산폭탄’을 예고했다. 이어 지난 13일 부산과 울산에서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등 경남 지역 두 곳의 보선후보자에게 공천장을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공공기관 부산이전 검토,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적극지원, 수소산업 전폭지원 등 굵직굵직한 지역현안사업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여당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백분 활용해 지역 민심을 다잡아 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한국당은 지난 11일과 12일 1박2일 일정으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PK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 민심잡기에 열중했다. 황교안 대표는 자신이 공약했던 현장 최고위원회를 처음으로 창원에서 열고 선거승리를 위해 현장집무실 설치, 숙소마련 등을 지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정조준하며 원전업체를 방문, 원전산업 침체의 영향을 받는 지역 민심을 자극했다. 또 보선후보 두 명에게 공천장을 직접 수여하고 출근길 인사하기,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 등의 행보를 이어 나갔다.

여야의 PK 혈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8일 통영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어 양문석 후보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당도 15일 정점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이 참석하는 등 총력전을 펼 기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정당 지지율 역시 한국당이 32.3%를 기록, 민주당과의 격차가 4.9% 대로 줄어들어(14일 리얼미터 조사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양당은 더 많은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의당과 창원 성산에 후보를 낸 바른미래당도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PK혈투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의 보선현장 총출동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눈은 싸늘하다. 여당의 예산폭탄과 지역현안 지원 약속, 야당의 민심잡기 퍼포먼스 등이 지금까지 해 왔던 일회성 선거용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비자(韓非子, 기원전 약 280∼233년)는 수주대토(守株待兎, 그루터기에 앉아 토끼가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를 얘기하면서 ‘새로운 토끼를 잡으려면 새로운 먹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물 지나간 방법으로는 ‘새로움’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야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창원, 통영의 지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제시보다 지도부 총출동 등 그동안 답습해 오던 구태(舊態)로는 유권자의 맘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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